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국이 초비상이다. 마스크 착용과 손 세정제 사용은 일상이 됐다.
11년전 신종인플루엔자A(신종플루)가 전세계를 휩쓸 때도 비슷했다.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이라는 점에서 코로나19와 흡사하다 보니 당시 발열 체크와 마스크 착용, 손을 자주 씻고 감염 우려 지역을 방역하는 등 대응 또한 크게 다르지 않았다. 신종플루와 코로나19, 무엇이 달라졌고 무엇이 비슷한지 사진으로 비교해 보았다.
◇다른 장면
신종플루와 코로나19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이란 점에서 비슷하지만 확산 속도나 정부의 대응은 큰 차이를 보인다. 정부는 지난 22일 국내 발병 한 달여 만에 감염병 위기경보단계를 최고 단계인 ‘심각’으로 격상했다. 그에 비해 확산 속도가 더뎠던 신종플루는 첫 확진 환자 발생 후 ‘심각’ 단계까지 6개월이 걸렸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신종플루는 기존의 인플루엔자가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대유행으로 간 상황이었고 국민이 어느 정도 교차면역도 있었다. 당시 항바이러스제를 비축하고 있었기에 코로나19와는 대응 체계에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신종플루 사태 당시엔 치료제인 타미플루와 백신이 개발되면서 예방접종을 받으려는 행렬이 병원과 보건소로 이어졌다. 그러나 아직 치료제나 백신이 없는 코로나19의 경우 감염을 막기 위한 유일한 보호 용품인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대형마트나 생필품점 앞에 긴 줄이 늘어서고 있다.
의심 증상자가 감염 검사를 받기 위해 찾는 진료소의 풍경도 11년 전과 지금이 사뭇 다르다. 당시 의료진들이 평상시 입는 진료복이나 가운에 마스크만 착용했던 데 비해 지금은 흰색 전신 방호복과 고글은 기본 복장이 됐다.
코로나19의 전파력이 워낙 강하다 보니 검사 과정에서의 감염을 막기 위한 아이디어도 나왔다. 문진부터 검체 채취까지 승용차에 앉아 끝낼 수 있는 일명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소가 등장한 것이다.
신종플루 이후 찾아온 메르스나 지속적으로 고통을 준 미세먼지로 인해 마스크 제조 기술이 발달하고 시장 또한 크게 성장했다. 먼지는 물론 바이러스 차단에 효과적인 1회용 마스크가 유통되고 있는데 반해 11년 전엔 천 재질의 마스크를 쓰거나 차단 효과를 위해서 다소 무겁고 투박한 형태의 마스크를 착용해야 했다.
◇ 같은 장면
호흡기를 통한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데 가장 효과적인 것은 마스크다. 신종플루 확산 초기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을 홍보하고 올바른 착용법에 대한 교육도 이루어졌다. 병원 의료진은 물론 정부 관료와 정치인들 또한 마스크를 쓰고 대중 앞에 나서곤 했다. 대형마트마다 마스크와 손소독제 등 개인 위생용품이 동이 난 것도 지금과 그때가 비슷하다.
열화상 카메라도 곳곳에서 등장했다. 대표적인 감염 증상이 ‘발열’이다 보니 공항이나 관공서, 학교에서까지 열화상 카메라로 출입자들의 체온을 측정했다. 열화상 카메라와 더불어 길게 줄을 지어 체온 측정을 받는 모습도 흔했다.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한 방역 또한 곳곳에서 이뤄졌다. 국가간 전염 통로가 될 수 있는 공항을 비롯해 항공기 내부에서도 소독제 살포가 꾸준히 이뤄졌다. 병원 주차장 등에 임시로 마련된 진료소마다 의심 증상을 지닌 이들의 행렬이 이어지는 장면도 11년 전과 지금이 흡사하다.
신종플루든 코로나19든 감염증에 대한 불안감은 시민들의 일상을 위축시켰다. 대면 접촉을 피하고 외출이나 주말 나들이조차 자제했다. 여행객 수가 크게 줄면서 관광버스의 발이 묶였고, 다중이 모이는 행사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됐다. 프로 스포츠 경기장의 관중석 또한 텅텅 비었다.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불안감으로 헌혈자가 줄어든 것도, 혈액 수급이 부족해지자 청와대 등 관공서 중심으로 헌혈 행렬이 이어진 것도 그때와 지금이 같다.
홍인기 기자 hongi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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