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오페라가 고상하다고요? 사실 ‘막장드라마’의 시초랍니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오페라가 고상하다고요? 사실 ‘막장드라마’의 시초랍니다”

입력
2020.03.04 04:30
23면
0 0

 의사 출신 유정우 오페라 평론가 인터뷰 

2018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축제 현장에서 유정우 오페라 평론가. 유정우 제공
2018년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음악축제 현장에서 유정우 오페라 평론가. 유정우 제공

“아는 만큼 보인다? 아니에요. 듣다 보면 알아요.”

최근 만난 유정우(50) 오페라 평론가는 이렇게 말했다. 오페라, 그것도 평론가라 하니 뭔가 대단한 지식을 내놓을 것 같지만, 정작 그가 가장 강조한 부분은 “클래식 지식이 없다고 공연장에서 주눅들 필요가 전혀 없다”는 것이었다. “클래식 애호가도 말러나 브루크너 교향곡처럼 어려운 작품을 처음 들으면 무슨 곡인지 몰라요. 열린 자세로 선율이 친숙해 질 때까지 계속 듣는 게 중요합니다.” 오페라 또한 “인상적인 아리아 하나만 잘 듣고 나머지 시간엔 좀 졸아도 괜찮다”며 웃었다.

그는 한국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드는 오페라 평론가다. 오페라를 평론하는 사람 자체가 드물다. 서울 예술의전당이나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20년 가까이 교양 강사로도 활동 중이다. 거기서도 포인트는 ‘오페라는 어렵고 지루한 상류층 문화’라는 선입견을 벗겨내는 작업이다.

괜히 그러는 게 아니다. 오페라는 실제로도 그렇다. 최초의 오페라는 16세기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궁정의 후원으로 제작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18세기 들어 시민들에게 표를 팔아 거둔 수익으로 만든 작품이 늘어났다. 자연스레 대중의 입맛을 고려한, 상업적 작품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유 평론가는 “통념과 달리 오페라는 매우 통속적인 장르”라 거듭 강조했다. 그는 “인간이 좋아하는 소재는 예나 지금이나 불륜과 배신, 살인 등 자극적인 사건들”이라며 “현존하는 오페라 작품들로 그 내용을 살펴보면 이런 줄거리를 지닌 작품이 많다”고 말했다. 오늘날 ‘막장 드라마’가 있다면, 그 시절엔 오페라가 있었던 셈이다.

오페라 전도사의 클래식 입문은 유년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클래식을 즐겼던 부모님 영향으로 중학생 땐 용돈만 생기면 클래식 LP를 살 정도로 마니아가 됐다. 우연히 접한 바그너 작품을 계기로 그는 지금까지 열혈 바그너 팬이다. 지금은 국내 바그너 음악 애호가들 모임인 ‘한국바그너협회장’ 직을 맡고 있다. 유 평론가가 가장 좋아하는 작품도 저주받은 반지를 둘러싼 인간 군상에 관한 바그너의 악극, ‘니벨룽의 반지’다.

유 평론가는 ‘의사 출신’이기도 하다. 1999년 흉부외과 전문의가 된 뒤 2002년부터 서울 강북삼성병원에서 일했다. 그러다 2004년 나름의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대학병원 일과 클래식 평론을 병행하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라 교수직을 버리고 나와 아는 사람이 운영하던 피부과 병원에 취직했다.

유 평론가가 본격적으로 평론에 뛰어든 건 1990년대 중반. 공연예술 전문지 ‘객석’에 취미로 칼럼을 쓰다 평론가가 됐다. 전문가가 부족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숱하게 불렀다. 공연도 챙겨봐야 했고, 강의도 해야 했다. 도저히 대학병원 의사 일과 병행할 수 없었다. 주변에서야 다 말렸다. 하지만 오페라를 포기할 순 없었다. 유 평론가는 “요샛말로 ‘본캐’인 의사보다 ‘부캐’인 평론가 역할이 훨씬 커졌는데, 후회는 없다”며 웃었다.

장재진 기자 blanc@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