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의 환자 빼고 있지만…멀쩡한 직원들 잇따라 감염
경북 청도 대남병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감염으로 병원이 폐쇄된 후 공개한 내부 실태. 한국일보 자료사진

“코호트 격리(건물전체 봉쇄)로 멀쩡하던 아내가 확진자가 됐답니다.”

아내가 경북 청도 대남병원에 근무하는 A씨는 28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는 아내의 연락을 받고 아연실색했다. “병원의 열악한 시설이 알려지면서 환자들은 다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직원인 아내는 계속 갇혀 있었어요.” 우려가 결국 현실이 되자, 오매불망 엄마만 기다리고 있는 딸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하다. “방호복도 없이 마스크만 쓰고 환자를 돌본다고 하더니…,” A씨는 말을 더 이상 잇지 못했다.

100명 이상 집단감염으로 코호트 격리까지 단행된 청도 대남병원에서 이처럼 안타까운 사연의 주인공은 A씨 뿐만이 아니다. 이날 현재 A씨의 아내를 포함 직원 3명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모두 지난 22일 1차 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 받았지만, 코호트 격리 조치가 취해진 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보다 되레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들의 헌신 덕분에 청도 대남병원 입원 환자들의 확진자 수는 동결되고 있다. 코호트 격리가 시작된 지난 22일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 수는 104명(사망자 포함). 이 숫자는 이날 현재까지 변함이 없다.

직원들의 전염이 충분이 예상되고도 남는 상황이지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고 있는 대목에서 A씨는 격분했다. “방역당국 직원들과 달리 안에 갇힌 직원들에게는 방호복도 지급되지 않았어요. 마스크만 낀 채 환자들을 평소처럼 돌봤다고요.” 확진자 가운데 직원은 22일 8명에서, 25일 9명, 27일 10명으로 증가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와 사망자가 대거 발생한 경북 청도대남병원 전경. 전준호 기자

반면, 정실질환 중 중증환자 27명은 전국 16개 국가지정격리병원으로 옮겨졌고, 앞서 26일과 27일에는 정신질환 경증환자 12명과 13명이 국립정신건강센터로 각각 이송됐다. 남아 있는 확진자 43명도 곧 양호한 시설로 이송될 예정이다.

멀쩡하던 직원들까지 환자로 만드는 보건당국의 아마추어적인 대처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지만, 비단 그 때문만은 아니다. 보건당국은 지난 24일 암환자 등 대남병원 내 일반병동 환자 12명을 정신병원인 국립부곡병원으로 이송해 지금도 논란이 되고 있다. 국립부곡병원은 이들을 위한 의료 장비를 제대로 갖추지 않은 시설이다. 또 정신질환자 2명은 음성 판정을 받았다는 이유로 지난 22일 집으로 퇴원시키기도 했다. 가족들의 강력한 항의로 국립부곡병원으로 다시 옮겨졌다.

대남병원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 소속의 공무원과 의료진이 병원에 추가 투입되긴 했지만, 궂은 일은 방호복도 입지 못하고 있는 우리 의료진이 다 하고 있다”며 “코호트 격리는 말뿐이고 사실상 환자와 직원들만 가둬놓고 방치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도=김정혜 기자 kjh@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사회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