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가는 중국인’ 통계 ‘중국 가는 한국인’으로 잘못 인용
“속도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신뢰” 경고등
청와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대응과 관련해 ‘중국인 입국을 전면 금지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잘못된 통계 자료를 인용해 논란을 불렀다. 정부가 방역 정책의 정당성을 알리는 데 급급해 기초적 사실관계 확인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정부의 조급함이 불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28일 서면브리핑을 통해 전날 자신의 서면브리핑 중 중국에 입국하는 한국인 숫자와 관련해 오류가 있었다고 밝혔다. 강 대변인은 27일 ‘중국인 입국 봉쇄 요구에 청와대가 반대하는 다섯 가지 이유’ 중 3번째 이유로“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중국인보다 중국으로 향하는 우리 국민의 숫자가 2배 가까이 더 많다”는 점을 들었다. 그러면서 한국과 중국의 출입국 통계를 근거로 제시했다. 중국 후베이(湖北)성 이외의 지역에서 입국한 중국인은 25, 26일 각각 1,824명, 1,404명을 기록한 반면, 중국에 간 한국인 숫자는 같은 날짜에 각각 3,337명, 3,697명이라는 수치였다.
그러나 강 대변인은 하루 만에 해당 통계를 거둬들였다. 청와대가 ‘중국으로 가는 한국인 숫자’라고 제시한 통계는 ‘한국에서 중국으로 출국한 중국인 숫자’의 오기였다. 이 같은 오류는 언론 보도를 통해 뒤늦게 알려졌다. 이에 강 대변인은 3번째 이유를 “출국하는 우리 국민 수는 늘어나고 있으며, 중국에서 입국하는 중국인 수는 줄어들고 있다”로 수정했다. 그러면서 “27일 입국한 중국인은 1,093명, 중국으로 출국한 한국 국민은 1,406명”이라고 수정했다.
청와대는 ‘통계를 해석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실수’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속도전에 목을 매 크고 작은 실수를 반복하면 방역 정책의 핵심인‘국민 신뢰’를 잃는 우를 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공적 유통망을 이용해 마스크 500만장을 즉각 공급하겠다’던 정부 발표가 사흘이 지나도록 이행되지 않은 것도 조급증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8일 대구시청에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19 대응은 속도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신뢰”라고 지적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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