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로 입모양 안보여”… 코로나에 청각장애 학생들 ‘막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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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로 입모양 안보여”… 코로나에 청각장애 학생들 ‘막막’

입력
2020.02.28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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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2주 온라인 강의, 이후 현장 강의도 마스크 쓰고

자막 없으면 온라인 강의 무용지물

게티이미지뱅크

제주의 한 대학에 다니는 청각장애인 현모(23)씨는 다음달 개강이 걱정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전 국민에게 일반화된 마스크 때문이다. 교수들도 마스크를 쓴 채 강의를 할 예정인데 현씨는 보청기를 끼고 교수의 입 모양을 본 뒤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야 비로소 강의 내용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다. 마스크로 입을 가리게 되면 강의 이해도는 현저히 떨어진다.

현씨는 “일부 대학은 속기사를 지원해주기도 하는데 제주에는 그런 곳이 없다”며 “1학기 강의 전체를 포기해야 하는 건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청각장애인들에게 또 다른 역경을 몰고 왔다. 개인 위생의 필수품인 마스크는 세상과의 소통을 방해하는 가림막이 됐다. 청각장애 대학생의 경우 대학들이 앞다퉈 준비한 온라인 강의의 벽을 넘기도 쉽지 않다. 신종 코로나로 뒤틀린 세상이 이들에겐 일상의 불편을 넘어 교육과 취업에까지 지장을 주고 있다.

경기 고양시 중부대 특수체육교육과에 재학 중인 청각장애인 박은영(23)씨 역시 오는 4월 예정된 특수학교 교생실습을 미뤄야 할 지 고민하고 있다. 고도난청을 가진 박씨는 입 모양을 안 보면 대화 내용이 ‘외계어’처럼 들려 요즘도 대화가 필요할 땐 사정을 먼저 밝힌 뒤 마스크를 내려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특수교사 교생 실습 때도 이게 가능할 지는 미지수다. 박씨는 “어린 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마스크를 벗어달라고 부탁하는 게 아무래도 바람직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청각장애 대학생들에겐 내달부터 시작되는 대학들의 온라인 강의도 치명적인 변화다. 교수의 목에서 나오는 자연음과 마이크ㆍ스피커를 거친 기계음은 들리는 정도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현장 강의에서 청각장애 학생이 강의 내용을 잘 들었는지 확인하는 등 교수와의 상호작용도 기대할 수 없다. 현재 고려대 중앙대 건국대 숙명여대 등 서울의 주요 대학들은 등교 시기를 늦추기 위해 다음달 첫 2주간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고려대에 다니는 청각장애인 김정운(20)씨는 “온라인 강의 전환은 수업을 못 듣는 것과 마찬가지라 자막 제공 같은 대안을 마련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고려대는 급한 대로 청각장애인이 수강할 경우 교수들에게 유튜브 강의를 권장했다. 유튜브의 자동자막생성기능을 활용하라는 취지다.

조흥식 서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전염병 확산이란 국가 재난 상태에서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이 소외될 수 있다”며 “이런 소외가 발생하지 않도록 학교와 지역사회가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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