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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새 아파트를 많이 짓는 것만이 능사일까

입력
2020.02.29 04:30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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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정부 들어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는 상황에서도 신규공급은 오히려 60% 가까이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 잠원동 신반포 지구 아파트. 고영권 기자
현 정부 들어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는 상황에서도 신규공급은 오히려 60% 가까이 증가했다. 사진은 서울 잠원동 신반포 지구 아파트. 고영권 기자

총선이 다가오면서 정부의 경제정책 성과에 대한 중간평가가 한창이다. 이 중 가장 혹평을 받는 분야가 부동산정책임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문제는 집값, 그중에서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정부 출범 이래 최근까지 50% 넘게 올랐다(KB주택가격동향 중위가격 기준)는 것이다.

가격 상승의 원인과 이에 대한 처방에서 정부와 민간의 입장은 천지 차이다. 정부는 수요, 특히 투기수요의 발호에 주목한다. 즉, 저금리에 따른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한 투기세력이 차입 또는 갭투자를 통해 아파트 가격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의 처방은 대출 규제 강화, 양도세ㆍ보유세 인상, 전매 제한, 분양가상한제 등 투기수요 억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일부 시민단체를 제외하면, 건설ㆍ부동산 업계와 부동산학계 등에서는 주로 공급 측 요인에 주목한다. 가뜩이나 일자리 교육 등 인프라에 있어 월등한 우위를 가진 서울로 진입하려고 실수요자들이 줄을 선 상황에서, 정부가 과도한 규제를 통해 재건축ㆍ재개발의 발목을 잡다 보니 아파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의 처방은 재건축ㆍ재개발 규제를 풀고 도심 고밀도개발을 촉진함으로써 실수요를 충족할 만큼 많이 새 아파트를 지어야 한다는 것이다.

필자가 의문을 가지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즉, 민간전문가들이 주장하는 대로, 정말 새 아파트를 많이 지으면 가격을 안정시킬 수 있을까? 관련하여 작년 12월 발표된 건설산업연구원의 ‘주택시장과 분양가 규제 정책’ 보고서는 재미있는 시사점을 던진다. 이에 따르면, 2018년 서울의 재고아파트 대비 새롭게 준공된 아파트의 비율은 2.6%에 불과하다. 그나마 2015년 1.4%였던 것이 상승한 것이다. 보고서는 이처럼 신규 물량이 상대적으로 미미한 상황에서, 그 가격을 규제하는 분양가상한제는 재고아파트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결론 내리고 있다.

필자는 이러한 결론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이러한 논리가 새 아파트를 많이 공급해야 가격을 잡을 수 있다는 민간전문가들의 주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보고서의 결론대로 전체 아파트의 고작 2~3%에 불과한 신규 물량의 공급을 늘린다 해도 재고아파트 가격은 꿈쩍도 안 할 것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100호의 재고아파트가 있는 시장에서 2~3호의 신규 물량이 낮은 가격으로 공급된다 해도, 재고아파트 가격이 떨어지기보다는 새 아파트 가격이 올라 이른바 ‘키 맞추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얼마 전까지 미분양이 넘쳐날 정도로 공급이 많았던 용인ㆍ동탄 등에서 최근 가격이 급등한 것이 좋은 사례이다.

논리를 뒤집으면 최근의 가격 상승이 꼭 신규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실제로 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전후로 이전 2년(2015~16년) 동안 서울의 월평균 아파트 준공 물량은 2,339호였는데, 최근 2년(2018~19년) 동안은 3,724호였다. 현 정부 들어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는 상황에서도 신규 공급은 오히려 60%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십분 양보하여 아파트 신규 공급이 가격 안정 효과를 가진다 해도, 이를 통해 단기적 가격 변동에 정책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인가 이후 아파트 준공까지 최소 3년 이상 소요될 뿐 아니라, 재건축ㆍ재개발은 10년 넘게 걸리는 경우가 태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단기적 가격 안정을 위해서는 대출 규제, 보유세 인상 등 현행 수요관리정책을 유지 또는 강화하되, 공급 측 정책은 장기적 주거 안정이라는 주택정책 본연의 목표를 추구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 일례로 토지임대부 분양주택을 부활시켜 서울 외곽의 그린벨트를 중심으로 대량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박강우 한국방송통신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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