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입국제한 지금은 아냐” 대선 앞 불안감 불식 주력
우려했던 상황 피했지만 고강도 조치 당할 여지는 남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이 두드러진 한국에 대한 입국 및 여행 제한 조치를 유보하면서 일단 우려했던 상황은 피했다. 하지만 “지금은 적기가 아니다”며 사태 추이와 여론 동향에 따라 고강도 조치를 취할 여지를 남겼다. 다만 백악관은 코로나 19가 여러 나라로 퍼지는 상황에서 봉쇄조치가 별다른 차단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한국에 대해 입국 금지나 대폭적인 검역 강화 조치를 취할 경우 한미관계와 한국 경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신중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이날 특파원 간담회에서 “국내 코로나 확산 상황, 미국 국내 여론 등 다양한 차원의 불확실성이 있는 건 사실”이라며 “(입국 금지나 고강도 제한 조치가) 폭발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다방면에 걸쳐 신중하게 고려해 조치해야 한다는 점을 계속 얘기해왔고 미국도 이를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추가적인 여행 제한 조치를 고려하고 있지만 경제에 미칠 파장을 우려해 수위를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CNN방송은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에 취한 조치와 비슷한 여행 금지를 추가적으로 부가하는 방안을 고려해왔다”며 “한국과 일본이 타깃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블룸버그통신은 “일부 의원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행 금지 등 발병 국가들에 대해 좀 더 공격적인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백악관 내부에선 경제에 미칠 충격과 함께 대선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의 이 같은 고심은 입국 금지와 같은 강력한 봉쇄조치가 초기 단계에선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바이러스가 세계 각지로 퍼진 상황에선 부작용만 키울 수 있다는 지적과도 맞닿아 있다. 국립 알레르기ㆍ전염병연구소(NIAID)의 앤소니 파우치 소장은 이날 CNBC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러스가) 중국에만 한정됐을 때는 미국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여행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지만 여러 나라가 연루되면 유입 차단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바이러스가 퍼진 여러 나라들에 대해 연이어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다 보면 경제적 불안심리만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이 무엇보다 중시하는 건 코로나19의 경제적 파장이다. 대선 캠페인에서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경제 호황과 증시 상승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이는 게 급선무인 셈이다. 그는 이날 회견에서도 미국 내 코로나19의 위협 수준이 낮으며 설령 확산되더라도 만반의 준비가 돼 있음을 거듭 강조하는 등 시장의 불안감을 불식시키는 데 주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심지어 코로나19를 독감에 빗대며 “미국에서 매년 독감으로 6만9,000명이 숨진다”고 말했다. 특별히 위험할 게 없다는 취지다. 그는 트위터를 통해선 “언론이 과장된 보도로 시장의 불안을 야기한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 같은 트럼프 대통령의 ‘잣대’를 감안하면 향후 대응과 추가 조치의 수위는 미국 내 코로나19의 확산 상황과 시장 상황, 여론 동향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전면적 봉쇄조치가 바이러스 유입에 대한 불안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면 고강도 조치를 취하겠지만, 경제적 충격을 자극하는 요인으로 판단하면 적당한 수위에 그칠 수 있다.
워싱턴=송용창 특파원 hermeet@hankookilb.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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