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종교행사 자제 요청에도 “위기일수록 기도” 
 불교·천주교와 대비... “공동체에 위험” 비판 쏟아져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순복음교회. 한국일보 자료사진

교인 수가 수만 명에 이르는 대형 개신교 교회들 상당수가 오는 3월 1일 주일 예배를 강행하는 분위기다.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를 이유로 종교 행사 자제를 거듭 요청하는 가운데 내려진 결정이다. 종교인으로서 주일 예배까지 포기할 수 없다는 논리지만, 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재적 교인 수가 56만명에 이르는 여의도순복음교회는 27일 이영훈 담임목사와 박경표 장로회장 등 주요 인사들이 참석한 회의를 열고 논의를 거듭한 끝에 주일 예배 진행 여부를 28일 최종 결정키로 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일단 △대구 시민을 위해 대구시에 10억원의 의료지원금 전달 △새벽ㆍ수요 예배 등 모든 예배 중단 △교회가 운영하는 오산리최자실국제금식기도원 3월말까지 폐쇄 등을 결정했다.

하지만 주일 예배만큼은 쉽게 포기하지 못했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이날 일단 주일 예배를 진행하되 △7부 행사를 5부로 축소 △교구 버스 운행 중지 △어린이ㆍ노약자 인터넷 예배로 전환 등의 조처를 덧붙이는 타협안을 내놨다. 자발적 참석자를 중심으로 소규모로라도 주일 예배는 치르겠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논란이 거세지자 28일 주일 예배 진행 문제를 다시 논의키로 했다.

주일 예배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대형 교회는 여의도순복음교회만이 아니다. 온누리교회, 명성교회, 소망교회, 새문안교회 등은 주일 예배 중단을 결정했으나, 등록 교인이 10만명가량인 서초동 사랑의교회를 비롯해 광림교회, 충현교회, 연세중앙교회, 임마누엘교회 등은 아직 주일 예배를 예정대로 진행한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종교적 명분을 내세운다. 위기일수록 더 모여서 기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등록 교인 약 4만5,000명에 출석 교인 2만명 수준인 저동 영락교회는 주일 예배를 유지한다는 방침을 알리면서 “예배 중단은 교회의 첫째 본질을 회피하는 것으로 하나님 앞에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더욱이 한 번 중단된 예배는 쉽게 재개되기 힘든 데다 예배 중단이 길어지면 교회 공동체가 와해되거나 회복이 힘들 정도로 약화될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영락교회 관계자는 “임시 당회에서 주일 예배만큼은 지켜야 한다고 판단한 만큼 번복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색이 됐다. 종교활동 자제 방침에 따라 불교와 천주교는 법회와 미사를 중단한 상황에서 개신교계만 이를 어기고 있어서다. 박양우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세종로 기독교대한감리회 본부를 찾아 “코로나19의 선제적 예방 차원에서 밀폐되고 협소한 공간의 밀집 행사를 중단, 자제, 연기하고 예배를 영상 예배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협조를 거듭 당부했다. 유연식 서울시 문화본부장도 “종교활동을 광화문광장 집회처럼 금지할 수는 없다”면서도 “각 종교단체 대표들을 만나 최대한 설득하고 협조를 요청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신교계의 이런 행보에 대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개신교 교인은 “교회공동체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사회공동체 밑에 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예배로 인해 사회공동체가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상황에서 예배를 유지하겠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지적했다.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 관계자는 “교계 내부에서도 반드시 모여서 예배할 필요 있느냐, 오히려 신천지 쪽의 타깃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있음에도 주일 예배는 포기할 수 없다는 관성이 작동하고 있다”며 우려했다.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정민승 기자 msj@hankookilbo.com

이혜인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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