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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사망자, 집에서 홀로 버티다… ‘병상 부족의 비극’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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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번째 사망자, 집에서 홀로 버티다… ‘병상 부족의 비극’ 현실화

입력
2020.02.27 17:37
수정
2020.02.28 00:3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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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에 기저질환 있는데 사흘간 자가격리… 질본 “입원 필요 상황” 인정

대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가 입원 병실을 제 때 배정받지 못하고 자가격리 상태에서 사흘간 홀로 버티다 27일 숨졌다. 자가격리 중에 사망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일일 신규 확진환자가 400명 대에 이르면서 대구에서는 병상이 부족해 환자가 병원 밖에서 사망하는 등 피해를 입게 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는데 마침내 현실이 된 것이다.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19일 오후 대구시 중구 경북대학교 병원에 긴급 이송된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다수 나온 19일 오후 대구시 중구 경북대학교 병원에 긴급 이송된 코로나19 의심 환자가 도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와 대구시에 따르면 사망자는 국내에서 1,443번째로 신종 코로나 확진판정을 받은 75세 남성이다. 신종 코로나 관련 13번째 사망자인 이 환자는 신천지 대구교회 신자 전수조사 과정에서 22일 증상이 처음 나타난 사실이 드러났고, 다음날 보건소에서 검체채취가 이뤄졌다. 25일 확진판정을 받았으나 이 환자는 중증도가 높지 않다는 의료진의 판단 아래 자가격리를 하며 입원 차례를 기다리던 중이었다. 대구시에 따르면 이 환자는 20여년 전 신장이식을 받아 기저질환이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27일 오전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심각해져 병원으로 이송 중 심정지가 왔고, 환자는 오전 9시쯤 영남대의료원으로 이송된 후 심폐소생술을 받았지만 숨졌다.

현재 보건당국의 원칙은 모든 확진환자의 입원이다. 그러나 사망 환자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 동안이나 병실을 배정받지 못했다. 지역 보건소가 하루 2회, 전담직원을 배치해 유선전화로 증상을 파악했을 뿐이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대구에서 확진환자가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병실 배정에 병목 현상이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같은 이유로 중증환자를 선별해 먼저 입원시키는 작업도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13번째 사망자는) 고령이었고 어느 정도 기저질환이 있었기 때문에 우선 입원조치가 필요한 상황으로는 보인다” 고 말했다. 정부 당국도 이 환자의 사망을 막기 위해 입원이 이뤄졌어야 한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윤태호 중대본 방역총괄반장은 “현재 보건소에서 환자들의 증상을 확인하고 있는데 환자가 늘어나면서 병상 배정에 시간차가 발생하고 있다”라면서 “대구시의사회가 (병실 배정을 기다리는 환자들을) 전화로 상담해주는 방향으로 대구시가 개선안을 만들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대구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중대본에 따르면 27일 오전 기준 대구시 확진환자 1,017명 가운데 447명이 입원했다. 나머지는 이날 격리입원이 진행될 예정이나 병실 배정이 제때 이뤄질지는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은경 본부장은 “하루 300명 정도의 확진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이고 경증이거나 무증상 환자가 상당수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급하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에게 우선 병상이 배정되도록 대구시와 협의하겠다”라고 밝혔다.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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