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서 나눠주면 불법
선거사무실 비치했다 제공하면 반납해야 합법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로 4ㆍ15 총선 선거운동이 위축되면서 후보자들이 얼굴과 이름을 알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방역 활동을 선거운동에 접목하는 이색 선거운동이 한 사례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를 유권자들에 제공하는 예비후보들도 등장했다. 그러나 방역 물품을 어떤 방식으로 지원하느냐에 따라 공직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 합법과 불법의 간격이 종이 한 장 차이라, 예비후보자들이 정치 생명을 건 줄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선거법은 ‘금전, 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는 행위, 이익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거나 제공을 약속하는 행위’를 엄격히 금지한다. 방역용 물품이라도 ‘재산상 이익이 되는 기부 행위’의 여지가 있다면 불법이다.
마스크 대란이 벌어지면서 유권자들이 가장 반기는 건 마스크다. 그러나 27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예비후보가 거리에서 불특정 유권자들에게 마스크를 나눠주는 건 명백한 불법이다. 마스크가 워낙 귀한 물품이 되다 보니 마스크를 공짜로 얻는 것이 재산상 이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를 일종의 뇌물로 보는 것이다.
다만 예비후보의 선거 사무실이나 정당 사무실에 마스크를 비치해 두고 드나드는 유권자들이 사용할 수 있게 하는 건 허용된다. 실내 마스크 제공은 뇌물 공여보다는 감염 예방 목적이 더 크다고 보는 것이 선관위 견해다. 다만 원칙적으로 따지면 유권자가 사무실을 떠날 때 마스크를 반납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이에 서울 종로에 출마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대여하고 있으니, 사용 후 반납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안내문을 사무실에 붙여 놨다.
선관위는 사무실에서 사용한 마스크를 유권자가 챙겨 가는 것을 당분간 위법으로 보지 않기로 했다. “감염병 확산이 심각한 수준이고, 재활용이 어려운 물품인 만큼,엄격하게 제한하기 어려운 실정”이란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예비후보들의 선의를 믿고 재량에 맡기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 관계자는 “‘내가 쓴 걸 다른 사람한테 줄 수도 없는데 왜 못 가져가게 하느냐’는 민원도 있다”고 말했다.
손 소독제를 예비후보가 유권자 손에 직접 뿌려주는 건 허용된다. “알코올 성분의 소독제는 금세 휘발돼 재산상 이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선관위의 설명이다. 그러나 소독제를 통째로 나눠 주는 건 위법이다.
자선단체나 지방자치단체에 마스크와 손소독제를 기부해 사진이나 보도자료로 홍보하는 것은 위법이 아니다. “선거법상 자선단체, 지자체, 사회단체, 종교단체에 구호 물품을 지원하는 건 기부행위로 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물품 포장지에 후보자 이름이나 정당명을 표시해 제공하는 건 선거법 위반이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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