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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매일 350만장 푼다더니… 허탕 친 시민들 “발표만 요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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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매일 350만장 푼다더니… 허탕 친 시민들 “발표만 요란”

입력
2020.02.27 16:46
수정
2020.02.28 01:00
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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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들 “통보 받은 게 없어요”… 우체국 등도 제대로 공급 안돼 혼선 가중

[저작권 한국일보]27일 서울 성북구 공적 판매처로 지정된 약국에서 KF 94 공적마스크의 공급 날짜가 3월 초로 예상된다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김영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27일 서울 성북구 공적 판매처로 지정된 약국에서 KF 94 공적마스크의 공급 날짜가 3월 초로 예상된다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다. 김영훈 기자

“마스크요? 아침부터 같은 얘길 몇 번이나 반복하는지 모르겠네요. 정부가 어제 마스크 푼다고 했는데 우린 통보 받은 게 없어요. 마스크도 없고요.”

27일 오후 마스크 구입을 위해 서울 성북구 종암동의 한 약국을 찾았지만 헛걸음이 되고 말았다. 약사는 “손님들마다 ‘오늘부터 정부가 마스크를 푼다는 말을 듣고 왔다고 하지만 들은 바가 없다”고 했다. 약국에서 5분 남짓 기다리는 동안 10여명의 손님이 실제 비슷한 질문을 한 뒤 텅 빈 마스크 매대에 실망감만 안고 발길을 돌렸다.

정부가 이른바 ‘마스크 대란’을 해결하겠다며 27일부터 약국, 우체국 등을 통해 매일 350만장의 마스크를 풀겠다고 발표했지만, 정작 현장에선 마스크를 못 구해 허탕만 치고 돌아가는 시민들이 잇따랐다. 허탕을 친 시민들은 “정부가 약속을 지키지도 못하면서 비판 여론을 피하려고 무턱대고 발표부터 한 것 아니냐”는 불만을 쏟아냈다.

이날 오전 찾은 서울 성북구 인근의 약국 5곳 가운데 3곳에서는 마스크 매대가 텅 비어 있었다. 약국 5곳 모두 전날 정부가 ‘마스크 긴급수급 방안’을 발표하는 걸 뉴스로 보긴 했지만, 정작 구청 등으로부터 이와 관련한 어떤 지침도 듣지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당연히 정부로부터 공급받은 마스크도 없다.

약사 A씨는 “아침부터 사람들이 찾아와 정부가 공급한 마스크를 달라고 하는데 우리도 전혀 아는 바가 없어 설명하는 데 애를 먹었다”고 했다. B약국 관계자는 “우리도 자체적으로 확보한 마스크가 조금 남아 있었는데 아침에 바로 다 나갔다”며 “손님들에게도 오후에 마스크가 들어오지 않을 거 같으니 허탕치지 말고 미리 전화를 달라고 요청했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 대부분 지역의 사정도 다르지 않았다. 이날 오후 찾은 서울 강남 대치동 인근 약국에서도 대부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웠다. 대치동 C약국 약사는 “전날 대통령이 마스크가 국민 개개인 손에 들어가지 않으면 소용 없다며 마스크가 있는지 공무원이 직접 가라고도 했던데 오늘 약국을 찾은 공무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고 꼬집었다.

정부가 공적 판매처로 지정한 우체국, 농협 하나로마트 등에서도 마스크가 공급되지 않아 비슷한 혼선이 벌어졌다. 서울 서대문구 농협 하나로마트 신촌점 입구엔 “물량 확보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언론에 미리 보도가 됐다. 빠른 시일 내 물량을 확보해 판매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 역시 “물량이 확보되는 3월 이후 우체국쇼핑 홈페이지를 통해 마스크를 판매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정부 발표를 믿고 약국이나 우체국 등을 찾았던 시민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서울 종로구 숭인동에 사는 박모(69)씨는 “사실 노인들은 인터넷도 잘 못하고 마스크 구하기가 정말 힘들다”며 “정부에서 쉽게 살 수 있다고 해 이른 아침부터 약국을 다 찾았는데 비싼 값을 주고 겨우 몇 장 구했다”고 아쉬워했다. 인터넷에서는 ‘정부가 싸게 판다고 기대했는데 허탈하다’는 등의 반응이 잇따라 올라왔다.

마스크를 확보하지 못한 시민들은 대형 할인매장으로 몰려갔다. 방역효과가 크다고 알려진 KF표시 마스크를 24개들이 포장으로 판매한다는 소식에 코스트코 매장에는 이날 새벽부터 인파가 몰려 장사진을 쳤다.

[저작권 한국일보]27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약국에 마스크가 품절된 상태다. 이 약국은 아직 정부로부터 마스크를 공급받지 못한 상태다. 김영훈 기자
[저작권 한국일보]27일 서울 성북구에 있는 약국에 마스크가 품절된 상태다. 이 약국은 아직 정부로부터 마스크를 공급받지 못한 상태다. 김영훈 기자

정부는 마스크 공급을 둘러싼 혼선이 이어지자 “대구 등 일부 긴급 지역에 먼저 공적 마스크를 공급하고 있고, 27일부터 다른 지역에도 공급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홍남기 부총리는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데 대해 사과하면서 “오늘 당장 약국에 되지 못한 측면에 대해서 일부 지연이 있단 말씀을 드리고 내일부터는 입고되는 대로 배포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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