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전문 유튜버도 아니고...” 교수들 온라인 강의 제작 ‘진땀’

이전기사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우리가 전문 유튜버도 아니고...” 교수들 온라인 강의 제작 ‘진땀’

입력
2020.02.27 18:00
0 0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서울 주요대학들이 개강 직후 1,2주간 원격수업을 실시하기로 했다. 사진은 내달 2일 온라인 입학식에서 공개할 영상을 촬영하고 있는 유지상(왼쪽 네번째) 광운대 총장과 학생들. 광운대도 16일 개강 직후 2주간 모든 강의를 온라인으로 대체한다. 광운대 제공

“강의 준비는 이미 끝났죠. 문제는 콘텐츠를 어떤 형태로 구현 하느냐인데 전문 유튜버도 아니고…”

내달 시작하는 새 학기 2주차까지의 강의를 온라인으로 제작하라는 학교 공문을 받았다는 이명원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27일 이런 걱정을 털어놨다. 경희대는 전날 교수들에게 1, 2주차 강의를 온라인으로 제작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강의 세부사항은 28일 교수들에게 전달할 계획인데, 앞서 사이버대학 강의 경험이 있는 이 교수마저도 걱정이 태산이다. 집 서재에서 스마트폰으로 강의 영상을 찍기로 했다는 그는 “교수 혼자 만드는 강의 영상이 오프라인 수업과 같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여파가 교수들을 쩔쩔매게 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 예방을 위해 개학을 1~2주 연기했지만 확진자가 급속도로 늘자 어떻게든 등교 시기를 더 늦추기 위해 대학들이 동영상 강의를 주문하면서다. 학생들을 앞두고 강의를 해온 교수들은 급작스레 원격 수업이 결정되면서 어색하게 카메라 앞에 서게 됐다.

이날 대학가에 따르면 경희대ㆍ고려대ㆍ광운대ㆍ성균관대ㆍ중앙대ㆍ건국대 등이 개강 후 1~2주간 원격 수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문제는 대다수 대학이 개강 2, 3주를 앞두고 아직 강의물 제작은커녕, 운영방식과 예산 편성을 결정하지도 못했다는 데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오늘(27일) 학생대표들과 온라인 강의를 만든다는 안에 합의했을 뿐 제작ㆍ유통방식, 관련 예산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개강 후 2주간 전과목 온라인 수업을 진행하기로 한 중앙대 역시 26일에야 3~4가지 제작ㆍ유통방안을 만들어 교수 수요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온라인 강의 경험이 없는 노교수들과 강사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이명원 교수는 “대학마다 3월 강의를 원격으로 하라는 공문이 나와 나이 드신 선배 교수들은 굉장히 곤란해 한다”며 “더구나 교수면 그나마 연구실도 있고, 도와줄 조교라도 있는데 온라인 강의 경험 없는 강사들은 장소 섭외는 물론 촬영도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강의를 준비를 미리 시작했다는 교수들도 처음 해보는 온라인 강의에 어색하다는 반응이다. 성균관대는 새 학기부터 교양 일부 과목에 온오프라인 강의를 접목시킨 교육 프로그램을 준비했다. 그러던 차에 신종 코로나가 덮치면서 지난 14일 전 과목 원격 수업을 결정했다. 현재 첫 주 4,000여 강의 중 30%인 1,200여개 강의 녹화를 마쳤다. 올 겨울 온라인 강의 3회분 녹화를 마쳤다는 김성수 교양학부 교수는 “안 하던 걸 하려니 처음에는 어색하고 어디를 봐야할지 당황스러웠다”며 “마지막에는 시간당 8,000원을 주고 학생을 섭외해 강의실에 앉혀놓고 녹화했다”고 귀띔했다. 그는 “두어 달 경험하며 겨우 적응했는데 2,3주 안에 혼자 영상물을 만들어야 하는 교수들은 무척 당황스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온라인 강의 경험이 있는 교수들도 ‘전과목 원격 수업’이 걱정되긴 마찬가지다. 대부분 교수들이 대면 중심의 수업 방식에 익숙하고 학생들과 토론이 필요한 강의도 많은데 온라인 강의를 이어가면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오창은 중앙대 다빈치교양대학 교수는 “특히 본인이 학습을 주도하는 훈련이 필요한 신입생들이 걱정된다”며 “온라인 강의가 첫 한두 주 정도에 그치면 문제 없는데 4월까지 이어지면 곤란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저장이 취소 되었습니다.

한국일보가 직접 편집한 뉴스 네이버엣도 보실 수 있습니다. 뉴스스탠드에서 구독하기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