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일 빨치산 2세대 대거 물러나 
북한이 지난해 12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5차 전원회의를 통해 리일환(왼쪽부터), 리병철, 김덕훈을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했다. 이 중 리일환과 김덕훈은 1960년대 생이다. 평양=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에서도 ‘엘리트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 ‘항일 빨치산 2세대’가 물러나고 상대적으로 젊은 1960년대생이 기용되는 흐름이 대표적이다. 김정일 시대를 이끌던 군 지휘관들의 위상도 크게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런 내용은 세종연구소가 27일 통일부에 제출한 ‘2019 북한 동향과 분석’ 용역보고서에 담겼다.

북한은 지난해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개최된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4차례에 걸쳐 대규모 인사를 차례로 단행했다. 3월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 4월 노동당 중앙위원회 7기 4차 전원회의, 8월 최고인민회의, 12월 당 중앙위 7기 5차 전원회의 등에서다.

가장 큰 특징은 ‘1960년대생 엘리트’의 부상이다. 7080세대가 이끌던 분야에 50대가 대거 중용된 것이다. 당 중앙위 경공업부장 직은 70대 안정수(1948년생) 대신 50대 김덕훈(1961년생)이 맡는 등 실물경제 생산ㆍ공급 책임자가 13세나 젊어졌다. 당 선전선동부장에도 박광호(1949년생) 대신 리일환(1960년생)이 임명됐다. 북한 경제정책을 담당하며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도 총괄하는 국가계획위원회 위원장 겸 내각 부총리도 로두철(1950년생)보다 젊은 것으로 추정되는 김일철이 맡고 있다.

과거 김일성 주석과 함께 항일투쟁을 했던 경험이 있는 빨치산 2세대는 지난해 대거 물러났다.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직을 유지하고 있던 김영주(1920년생), 최영림(1930년생), 최태복(1930년생), 오극렬(1930년생) 등 고령의 간부들이 줄줄이 대의원 자리에서도 물러난 게 대표적이다.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김영남(1928년생)에서 최룡해(1950년생)로 교체되며 다소 젊어졌고, 부위원장직은 김영대(1937년생)보다 29세 적은 박용일(1966년생)이 맡았다. 집권 9년차를 맞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주요 보직의 세대교체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딜’의 충격으로 북한 외교라인의 유럽통 몰락도 두드러진다. 지난해 말 리용호 전 외무상과 리수용 당 국제담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을 전격 해임됐다. 두 사람은 각각 스위스, 영국에서 주재 대사를 지낸 바 있다. 대신 중동 지역과 러시아 주재 대사를 지낸 김형준이 당 국제부장에 올랐다. 이는 북한의 전통적 우호국가인 러시아 및 중동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한다는 뜻이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군 고위층 물갈이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 군의 장성에 해당하는 북한군 장령 진급자(대좌에서 소장)는 60여명으로,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 진급자 평균(30~40명)의 두 배에 달한다. 김정은 위원장 집권 이후 절반 이상의 장령이 교체됐는데, 이는 현역으로 복무 중이던 장령의 퇴직이 빨라진 것을 의미한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북한연구센터장은 “김 위원장은 2016년 2월 노동당 중앙위 확대회의를 계기로 인민군대의 절대 복종 체계를 구축한 것으로 보인다”며 “세대교체가 지속되는 건 군부를 장악했다는 자신감이 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지현 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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