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족 상속 최대한 보장하는 것... 부담 막는 법적 장치 있다”
4촌 이내의 방계혈족(직계존비속이 아닌 친족)을 상속의 4순위로 둔 민법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27일 서울중앙지법이 민법 제1000조 1항 4호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제기한 위헌법률심판제청 사건에서 해당 조항을 합헌으로 결정했다.
민법 1000조 1항은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자녀, 손자녀 등) △직계존속(부모, 조부모 등) △형제자매 △4촌 이내의 방계혈족(조카, 큰아버지, 외삼촌, 이모 등) 등으로 상속의 순위를 정하고 있다. 이 때 4촌 이내 방계혈족의 경우, 상속순위는 4순위에 불과하지만 ‘재산보다 채무가 더 많은 경우’에만 상속인이 되도록 강제하고 있어 평등의 원칙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는 게 법원의 문제의식이었다. 상속 재산이 많으면 우선순위에 있는 상속인들이 상속하고, 빚이 많은 경우에는 앞 순위 상속인들이 상속을 포기하면서 4순위가 빚을 떠안게 되는 구조라는 취지다.
4촌 이내 방계혈족들 또한 상속지위를 갖게 된 사실을 안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상속포기 절차를 진행하면 빚을 떠안지 않을 수 있지만, 법원은 이 같은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 자체가 “평안하게 살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또 오늘날 4촌 이내의 방계혈족 모두와 왕래하며 교류하는 비율이 낮고, 법원의 실무상 생사불명 등의 이유로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3개월 내에 절차를 밟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어 이들을 일률적으로 상속인에 포함시키는 것이 재산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도 강조했다.
그러나 헌재는 “4촌 이내 방계혈족들의 개인적 사정이나 피상속인과의 교류 여부, 정서적 친밀감의 유무 등 주관적인 요소를 일일이 고려해 상속인의 기준을 법률에 규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런 요소들을 모두 고려해 상속인 기준을 정할 경우 도리어 상속을 둘러싼 법적 분쟁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입법취지를 달성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상속인이 없는 재산의 경우 법정의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는 국가에 귀속된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4촌 이내의 방계혈족까지 상속인에 포함시켜 혈족 상속을 최대한 보장하고, 상속에 대한 국가의 개입을 최소화하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4촌 이내 방계혈족이 3개월 이내에 상속여부 등을 판단해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헌재는 “‘상속개시 있음을 안 날’로부터 고려기간이 산정되기 때문에 당사자가 이러한 사정을 모르고 있는 경우에는 고려기간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며 “상속의 효과를 귀속 받을지 여부에 관한 상속인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상속인에게 예측하지 못한 부담이 부과되는 것을 막기 위한 법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봤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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