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취재진 대면 없이 유튜브, 페이스북 등 실시간 온라인 방송 형태로 진행했다. 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7일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으로 인해 우리나라 경제가 최악의 경우 1분기 역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면서도 “금리 인하보다는 피해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한 미시적인 지원 대책이 적절하다”고 밝혔다. 아울러 향후 코로나19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불확실한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통화정책을 변경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다음은 일문일답

-최근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적극적인 통화 완화정책에 대한 요구가 제기되고 있다. “제로금리는 상상하고 싶지 않다”는 기존의 발언이 유효한가.

=코로나19 발발과 확산 영향으로 성장 경로에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진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 기준금리가 1.25%인데 0%로 인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하는 상황은 아니다. 이미 7월과 10월 기준금리를 두 차례 내린 바 있고, 그 효과가 금융시장으로 원활히 파급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실물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 실물경제 부담을 완화하는 여건은 지난 금리 인하로 마련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 나타난 국내 경제 전망이 상당히 부정적이다. 14일 거시경제금융회의를 마치고서는 코로나19 영향을 예단하기 이르다고 밝혔는데, 현재는 코로나19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어느 정도로 보고 있는지.

=지금 시점에서 앞으로 경제 전망을 볼 때는 코로나19의 확산과 지속 여부를 알고 있다고 전제해야 수치적인 전망이 가능하다. 일단은 감염사태가 단기에 진정될 것이라는 전제 하에 연간 2.1%의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했다.

다만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당장의 실물경제 위축은 벌써 나타나고 있고, 과거 어느 때보다 충격이 클 것으로 본다. 영향은 1분기에 특히 집중될 것이다. 관광산업, 음식ㆍ숙박, 도소매업 같은 서비스업이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으며 1분기 마이너스 성장률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코로나19 충격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동조하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는데.

=현재 경제적 어려움의 원인은 보건ㆍ안전의 위기 상황인데, 이런 경우는 금리 인하보다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나 기업에 대한 미시적 지원 대책이 보다 효과적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정부도 미시적인 지원 대책을 시행하거나 준비 중에 있다. 한국은행도 이 때문에 금융지원중개대출 한도를 5조원 증액해서 지원하기로 했다. 기준금리 인하 여부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할지에 대해서는 좀 더 엄밀하게 살펴보면서 결정해 나갈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금융안정 상황의 변화라든가 금리 조정의 효과와 부작용 등도 꼼꼼히 따져볼 계획이다.

-연초 올해 경기 부진 완화 전망 근거 중 하나로 반도체 경기회복을 제시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변화가 있는지.

=당초 전문기관 등의 예측을 근거로 중반 이후 경기 회복을 예상했다. 반도체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기존의 전망을 조정해야 할 만큼 큰 변화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정도에 따라서 회복시기가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우려하고 있다. 예를 들어 휴대폰과 같은 반도체 산업의 전방산업 수요가 둔화하면 반도체 경기 회복도 지연될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호주중앙은행은 기준금리 0.75%까지 내린 상황이고, 양적완화도 검토하고 있다. 한은이 비전통적인 정책 카드를 쓸 수 있을지, 혹시 있다면 가능한 수단은.

=코로나19 확산의 영향으로 불확실성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 기준금리 수준을 볼 때 필요시에 대응할 수 있는 여력은 아직 남아있다고 본다. 금리 이외의 비전통적인 정책 수단도 어느 정도는 갖추고 있다. 양적완화 같은 수단의 도입은 아직 고려할 단계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상황의 전개에 따라서 금리 정책의 여력이 축소될 가능성에는 대비하고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저금리가 부동산 과열과 가계대출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는 반면 강력한 정부 규제로 인해 대출 확대는 없을 것이란 의견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정부가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소위 거시건전성 정책을 강화해 왔는데 여전히 가계대출 증가세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고 주택 가격도 안정됐다고 자신할 수 없다. 금융안정이란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만으로 달성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4월 이전에 코로나19 충격이 확산될 경우 임시 금통위를 통해 금리를 조정할 것을 생각하고 있는지.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임시 금통위를 열어 조정한 사례가 있다. 기본적으로 한국은행과 금통위는 상황 변화에 맞춰 항상 적기에 필요한 조치를 다할 준비 자세가 돼 있다. 다만 불확실성이 강하기 때문에 미리 임시 금통위를 거론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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