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26일 밤 심야 통화해 유감 표명
외교부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 안내도 부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한국에서 입국한 사람들을 강제로 격리하는 중국 지역 당국의 조치가 잇따르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과도하다”며 자제를 촉구했다. 외교부는 26일 싱하이밍(邢海明) 주한 중국대사를 서울 도렴동 청사로 불러들여 항의했다. 하지만 외교부가 너무 늦게 나섰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강 장관은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핵군축ㆍ핵확산금지조약(NPT) 관련 장관급 회의에 참석한 뒤 기자들을 만나 “우리가 국내에서 취하는 노력을 감안하지 않고 한국에서 왔다는 이유로 무조건 입국을 금지하는 것은 절대 수용하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중국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와 장쑤(江蘇)성 난징(南京)시 등에서 한국발 비행기 탑승객들이 격리됐고,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는 한국에서 온 한국인을 대상으로 자가격리를 시행하고 있다. 외교부는 이러한 소식에도 25일까지 ‘중앙 정부의 공식적 조치가 아닌 지역 당국의 조치’라는 이유로 정부 차원의 유감을 표명하지 않았다.
강 장관은 비판 여론이 달래기 위해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강 장관은 “우리도 중국에 대해 상당히 대응을 자제해왔는데, 중국도 이에 상응해서 자제하고 과도하게 대응하지 않도록 중국과 계속 소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상대국 정부가 과도한 조치를 한 것으로 판단되면 항의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 장관의 메시지는 외교부 차원의 공식 자료가 아닌 취재진과의 즉석 문답에서 나와 메시지에 힘이 실리지 못했다. 외교 당국의 대처가 소극적이라는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자, 강 장관은 26일 밤 늦게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통화하고 중국 지방 당국의 과도한 조치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
한편 외교부가 운영하는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에 중국의 한국인 입국 관련 조치가 제대로 안내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홈페이지에는 우리나라 여행객에 대해 입국금지나 입국절차 강화 조치를 시행 중인 국가와 상세한 조치 내용이 공지되지만, 26일 오후 6시 현재 중국 지역의 조치는 빠져 있다. ‘지방 정부 차원의 공식 지침인지 확인이 필요해서 게재하지 않았다’는 게 외교부의 설명이지만, 주무 부처인 외교부가 국민 혼란을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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