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석 전 히어로즈 대표의 ‘옥중 경영’ 의혹을 둘러싸고 장장 3개월 간 조사를 거친 한국야구위원회(KBO)의 징계 발표가 임박했다.
이 사건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키움은 팀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은 장정석 전 감독과 재계약을 포기하고 손혁 신임 감독을 선임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러자 전말을 밝혔다. 수감 중인 이 전 대표의 ‘옥중 지시’가 있었다는 점을 파악했기에 부득이하게 감독을 교체할 수박에 없다는 내용이었다. 이 전 대표는 80억원대 횡령과 배임 혐의로 2018년 2월 1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 받았고, 9월 항소심에서도 3년 6개월이 선고돼 실형을 살고 있다. 이에 KBO는 영구 실격 철퇴를 내렸다. 키움 구단도 2018년 5월 임직원들에게 이 전 대표에 대한 업무시간 내 접견 금지, 업무와 관련된 접견 금지 등을 공지했으며 이를 어길 경우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임을 경고했다. 그러나 장 전 감독은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 대표와의 접견 사실을 털어놨다. 재계약 언급은 덕담으로 여겼다고 해명했지만 사실상 이 전 대표의 ‘옥중 경영’의 실체가 드러난 셈이다.
이에 KBO는 변호사, 회계사, 전직 경찰 등으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3개월에 걸쳐 이 전 대표의 옥중 경영 개입에 대해 조사했다. 키움 구단으로부터 경위서를 받고 관련자들의 진술과 각종 서류를 검토했다.
KBO는 이 전 대표의 영구 실격을 의결할 때 구속 이후에도 구단 경영에 관여한 정황이 확인되면 구단과 임직원 등을 강력히 제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쟁점은 여전히 이 전 대표가 70%에 육박하는 히어로즈 지분을 갖고 있어 배후 영향력 행사를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 홍성은 레이니어 그룹 회장이 앞서 이 전 대표와 법정 다툼 끝에 구단 주식 40%에 대한 권리를 인정 받았지만 현재 히어로즈 구단은 주주들의 개인 주식만 있을 뿐 구단 소유 주식이 없어 이 전 대표가 여전히 대주주로 버티고 있다. 키움 구단의 회원사 제명도, 이 전 대표가 스스로 떠나길 기대하는 것도 어렵다. 여기에 옥중 경영의 직접 당사자였던 박준상 전 대표와 임상수 전 구단 고문변호사는 이미 구단을 떠나 징계를 내릴 수 없다.
상벌위원들과 조사위원들은 25일 첫 만남을 가졌다. KBO 관계자는 “대상자나 조사 내용이 광범위해 상벌위원회가 세 차례 정도 열릴 것이다. 그를 토대로 종합적으로 판단해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과연 KBO가 키움의 비정상적인 경영 구조에 종지부를 찍을 ‘솔로몬의 지혜’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성환희 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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