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는 컬러ㆍ해외는 흑백프린트… 투표용지 발급 시스템 다른 까닭
“왜 선거 때면 국내와 해외 투표용지가 다른 건가요”
2012년 19대 총선부터 재외국민선거(재외선거)가 도입된 이후 유권자들이 갖고 있는 궁금증이다. 이는 비례대표 국회의원 선거 투표용지 색깔이 장소에 따라 달라 생기는 일이다. 국내 사전투표 용지는 연두색인 반면 해외 재외투표는 흰색이다. 또 용지 오른쪽 위에 찍히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직인도 국내는 빨간색이지만, 해외는 검은색이다. 일각에서 “용지를 일부러 구분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된다.
이에 대해 선관위는 “용지 색깔은 통일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는다. 국내와 해외 투표용지 발급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국내에서 쓰는 온라인 투표인 명부와 컬러프린트 대신, 오프라인 명부와 흑백프린트를 사용해야 한다.
최근 경기 수원에 위치한 선관위선거연수원에서는 ‘21대 총선 재외선거 투표 관리’ 교육이 열렸다. 다음달 1일부터 실시되는 재외선거를 차질 없이 치르기 위해 전 세계 116개국 164개 공관 영사와 투표관리인력 등 203명이 참석했다. 가장 중요한 교육은 투표용지 발급기를 직접 설치하는 실습 시간이었다. 해외에 있는 영사들이 선거 전까지 선관위 직원들과 대면으로 오류를 점검할 수 있는 단 한 번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전산망을 이용해 투표인 명부를 확인하지만, 재외선거에서는 보안 장치를 갖춘 이동식하드디스크(USB)에 담긴 용지 발급 프로그램과 투표인명부 데이터베이스를 이용한다. 개별 국가들의 인터넷 설비와 속도가 천차만별이라 오프라인 장비만 써야 하는 한계가 있는 것이다.
이날 교육에서 참석자들은 먹지 교체 작업에 가장 애를 먹었다. 해외에선 먹지로 용지를 찍어내는 방식을 사용한다. 약 10년 전에 개발한 방식인데, 예산 확보 등의 문제로 장비 교체가 어려워 옛날 기계를 그대로 쓰고 있다. 국내에서 잉크젯 컬러프린트를 쓰고 있지만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해 해외에서는 쓸 수 없다. 교육에 참가한 한 재외공관 영사는 “실제 투표소에서 사람들이 기다리는데 교체를 못했다고 생각하니 아찔했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부터 도입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때문에 비례대표 정당들의 난립이 예상돼 용지는 유례 없이 길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용지와 먹지를 자주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실무를 담당자들의 긴장감도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영사들은 이달 초 해외 각 공관에서 35개 정당의 후보 등록을 가정해 용지 발급 모의실험도 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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