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사람 위험” 분위기 고조로 수주ㆍ생산차질도 가시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 기업들의 재택근무가 잇따르는 가운데 업체ㆍ직무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비슷한 일을 하면서도 출근을 해야 하는 기업 직원과, 같은 기업 안에서도 재택근무를 하지 못하는 직원들의 불만도 비등하고 있다.
지역 경제계와 관가 등에 따르면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확진자가 다녀간 곳은 물론 예방차원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곳도 늘고 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외식업체는 절반 이상 문을 닫았고, 일반 기업 상당수가 재택근무로 전환했다.
지역 한 기획사는 지난 18일 대구 첫 확진자가 나온 이튿날인 19일부터 추가 확진자가 급증하자 21일 재택근무를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업무효율이 다소 떨어지더라도 직원과 회사를 보호하겠다는 게 그 배경이다. 감염되거나 사무실 문을 닫고 14일간 자가격리해야 하는 것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대구 북구의 다른 유통업체도 25일부터 재택근무에 돌입하는 등 재택근무 기업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시도 본의 아니게 일부 직원이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북구 시청별관 경제부시장실 근무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때문이다. 이에 따라 시는 별관 101동과 111동 2개 동을 폐쇄하고 방역을 실시 중이다. 이 건물에 근무한 직원 693명은 26일 하룻동안 자택근무를 하고, 밀접접촉 의심 직원은 자가격리 후 검사를 받도록 했다.
이처럼 재택근무가 잇따르는 가운데 출근해야 하는 직원들의 불만도 높다.
대구시교육청은 지난 17일 유치원 조기방학과 함께 자녀를 맡기기 어려운 가정을 위해 돌봄교실은 계속 운영하고 있다. 내달 2일 개원ㆍ대학도 9일로 1차 연기됨에 따라 돌봄교실만 운영하는 사례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개학연기가 연장될 경우 이들의 불만도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확진자가 속출하는 마당에 “왜 우리만 출근해야 하냐”는 상대적 박탈감과 감염 위험성을 우려한 때문으로 보인다.
또 다른 유통업체에서도 업무특성상 현장출근이 불가피한 직원들이 “왜 우리만 출근해요”라며 불만을 터뜨려 경영진이 이를 달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종코로나 확산의 직격탄을 맞은 외식업체는 물론 제조업체 피해도 가시화하고 있다. 수주 상담을 위해선 거래처 방문이 필수적이지만, 대구(사람) 기피현상이 심화한 때문이다.
지역 한 기계금속업체 관계자는 “제품 특성상 출하 전에 부산의 인증기관으로부터 사전 인증이 필수적인데, 검사관이 대구방문을 기피해 출고를 못하고 있다”며 “당장 출하 차질에 따른 클레임과 자금회전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 창고를 비울 수 없어 후속 생산에도 지장을 받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수주를 위해 거래처를 방문, 프리젠테이션을 해야 하는데 대구 사람이라면 질색을 하니 난감하다”며 “올해 농사는 완전 망치는 게 아닌지 모르겠다”며 우려했다.
정광진 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