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공식 석상에서 마스크를 벗기 시작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답답한 마스크 행보를 여전히 이어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중국은 ‘주춤’, 대한민국은 ‘악화’ 중인 탓이다.
시 주석은 23일 베이징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회의에 나서면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마스크를 벗고 등장했다.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17만명의 관리들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다.
시 주석의 ‘노 마스크’ 퍼포먼스에는 코로나19 확산세가 한 풀 꺾인 만큼 대내외에 퍼진 불안감을 불식시키겠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실제로 코로나19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자 국제사회는 중국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에 대한 비판과 함께 시 주석의 리더십에도 의문을 제기한 것이 사실이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TIME)’은 지난 17일자 표지에 마스크를 쓴 시 주석의 일러스트를 게재하기도 했다.
마스크를 벗어 던진 시 주석의 모습이 대중에 공개되면서 위축됐던 국내 분위기도 살아나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중앙정부 격인 국무원이 가동률 50~60%대에 머물던 공장의 가동을 촉구했고, 공장 밀집 지역 지방 정부는 전세 버스까지 동원해 근로자들을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인적 끊긴 베이징 시내도 점차 생기를 되찾는 분위기다.
아직 낙관하긴 이르지만 코로나19의 기세가 주춤한 중국에 비해 대한민국의 상황은 암울하다. 25일 20시 기준 확진자만 977명에 달하고 사망자도 벌써 10명이 발생했다.
문 대통령은 24일 코로나19의 확진자가 집중적으로 발생한 대구 지역을 직접 찾아 대책 회의를 주재하고 의료진 및 주민들을 위로했다. 물론 마스크를 쓴 채였다.
문 대통령의 마스크 행보는 코로나19의 국내 발병 초기인 지난달 28일 처음 시작됐다. 당시 코로나19 대응 상황 점검 차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을 찾은 문 대통령은 의료진으로부터 마스크 착용법에 대해 조언을 받기도 했다. 그 후 코로나19의 확산 추세에 따라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노력을 이어갔다.
한때 여권에서 ‘종식’이라는 단어와 더불어 낙관론이 고개를 들 당시만 해도 대통령이 마스크를 벗는 시기까지 고민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사망자가 잇따르는 등 상황은 악화 일로를 걸었다. 국민 건강보다 경제를 우선시 한 듯한 정부의 초기 대응을 비판하는 글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오기까지 했다. 야권은 ‘중국 눈치보기’ 대신 지금이라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라고 주장하고 있다.
보이지 않는 적과의 전쟁은 아직 진행 중이다. 중국 내에서도 일부 학자들이 산업활동이나 학교 개학 등이 전면적으로 재개될 경우 코로나19 확산세가 하강 국면에서 다시 상승할 수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 만큼 시 주석이 언제 다시 마스크를 쓸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문 대통령 또한 추후 대응 방식에 따라 마스크를 벗는 날을 얼마든지 앞당길 수 있다. 두 정상 중 누가 먼저 마스크를 벗고 환하게 웃을 수 있을지 양국 국민과 세계가 지켜보고 있다.
류효진 기자 jskn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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