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 500명 넘고서야 ‘심각’ 격상… 마스크 대란 터진 뒤에 수출 제한 
 신천지 명단 확보는 했지만… “중국 등 눈치 보다 골든타임 놓쳐”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오후 대구시청에서 열린 코로나19 대구지역 특별대책회의를 마친 뒤 대책상황실을 방문, 범정부지원단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고비마다 한발씩 뒤처진 대책을 내놓아 국민 불신을 키우고 있다. ‘감염병 위기대응 단계를 최고 수준으로 올리라’는 의료계 조언은 확진자가 500명을 넘기고서야 받아들였고, 마스크 품귀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고서야 ‘마스크 수출 제한’ 조치를 내놨다. 국민 생명ㆍ건강과 직결된 문제에 관해선 ‘최악의 상황’을 상정하고 선제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기본에서 벗어난 대응이다. 대외관계와 총선 등을 지나치게 고려하다 결과적으로 ‘실기’를 반복한 것 아니냐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25일 “정부가 할 수 있는 모든 역할을 다할 것”이라며 민심을 달랬지만, 이날 열린 신종 코로나 당정청 협의회에서 “대구ㆍ경북(TK) 봉쇄 조치”가 공개적으로 거론돼 빛이 바랬다.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협의회 브리핑에서 “통상의 차단 조치를 넘어서는 최대한의 봉쇄 정책을 시행키로 했다”고 해 불안에 떠는 TK 민심을 격분시켰다. ‘주민의 지역 출입이 아닌, 바이러스 전파를 봉쇄한다는 뜻’이라고 청와대까지 나서서 해명했지만, 수습엔 역부족이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25일 밤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를 통해 “신천지 협조에 따라 교인 21만2,000여명의 명단을 받았다”고 알렸다. 그러나 대구 신천지 집회 참가자 중 상당수는 이미 ‘전파자’가 됐고, ‘미지의 전파자’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도 커질 대로 커진 상황에서 나온 뒷북 대응이었다. “신천지 측의 전향적인 협조를 이끌어냈다”는 점을 정부는 강조했지만, 검찰ㆍ경찰 등 수사기관이 강제력을 동원해 명단을 확보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셌던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미온적 조치라 할 수 있다.

정부는 비말 감염을 막기 위한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면서도 마스크 수급에는 안일한 태도를 취했다. TK 지역사회 감염 확산이 한창인 상황에, 이 지역 주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대형마트 등에 길게 줄을 선 모습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마스크 대란’이 극에 달한 25일에서야 수출 제한 조치를 꺼내 들었다. 마스크 판매업자의 수출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생산업자도 당일 생산량의 10% 이내로 수출을 제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정부는 매점매석 금지(이달 5일), 수출입신고 강화(6일) 등 조치로 마스크 부족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했다고 섣불리 판단했다. 그러나 국내 판매업자의 중국 재판매 문제 등 허점을 뒤늦게 발견하고 25일 조치를 취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4일 기자간담회에서 “마스크 문제는 국민들에게 송구한 마음”이라며 미진한 대처를 인정했다. 1,300만개 규모의 하루 생산량으로는 국내 수요를 충족하는 데 한계가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대량 수입 등 보다 적극적 조치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대만은 마스크 사재기 조짐이 일자 정부가 전량을 사들여 소비자에게 유상 배포하는 강경책을 시행 중이다.

정부는 감염병 위기대응 단계를 23일 ‘경계’에서 ‘심각’으로 올렸다. 정부는 전날까지 “경계 단계를 유지하되 심각 단계에 준하는 대응을 한다”며 신중론을 펴다 확진자가 하루 수백 명(22일 190명, 23일 210명) 수준으로 폭증하고 나서야 뒤늦게 격상했다. 위기대응 단계를 올리고 보는 게 능사는 아니지만, 정부가 사태의 급속한 악화를 예측하지 못한 점은 뼈 아픈 대목이다. ‘심각’으로 올린 뒤에도 정부가 마스크 수출 제한, 집회 제한, 해외 체류 국민 보호를 위한 주한 외교사절 설득 등 후속 조치 하기까지는 25일까지 이틀이 더 걸렸다.

감염 위험 감시ㆍ관리 대상을 정하는 기준을 놓고도 정부는 더디게 움직였다. 정부는 감시ㆍ관리 대상을 ‘중국 후베이성 우한 방문자’로 좁게 운용하다 우한 지역 외 확진자가 나타난 이후 ‘중국 방문자’로 확대했다. 이는 ‘중국 외 지역에서 입국한 확진자’를 걸러내지 못한 원인이 됐다. ‘해외 여행 이력과 관계 없이 의사가 의심할 경우’를 감시ㆍ관리 대상에 포함시킨 건 TK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세가 커진 뒤였다. 전문가들은 ‘감염증 전파 경로가 파악되지 않은 사례(29번 환자)가 나온 이달 16일부터 적용했어야 하는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에 대한 출입국 방침에 대해 정부는 투명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해 불안을 키웠다.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를 근거로 입국 제한 신중론을 펴다 국내 확진자 수가 15명을 넘긴 이달 4일 후베이성 방문 외국인에 한해 입국을 금지했다. 경제ㆍ외교적 피해가 불가피함에도 ‘중국 입국자 전면 제한’ 목소리가 그치지 않는 건 정부가 불신을 초래한 탓이다. 정부가 상황별 입국 제한 조치의 기준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국민을 안심시켜야 했다는 지적이 무성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달 28일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정부의 선제적 조치들이 조금 과하다는 평가가 있을 정도로 강력하고 발빠르게 시행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정부의 대응은 강력하지도, 발 빠르지도 않았다. 정세균 총리도 25일 국무회의에서 “최근 국민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심각성과 중앙정부의 인식 간에 격차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질책했다.

청와대와 정부는 뒤늦게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대구를 방문했고, 정 총리는 이날부터 대구에 상주하며 현장을 직접 챙길 방침이다. 정 총리는 대구시청을 찾아 “한 번 순시를 하거나 격려를 하려고 온 게 아니고 여러분들과 함께 신종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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