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에 따라 위기경보단계를 ‘최상’으로 격상시킨 뒤 세계 곳곳에서 한국(인) 입국 제한과 함께 자국민의 한국 여행경보를 상향조정하고 있다. 예상 못한 바 아니고 입장 바꿔 생각해보면 이해가 되지만, 마음 한 켠이 씁쓸한 건 어쩔 수가 없다.

가장 우려되는 건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잇따른 여행경보 상향 조치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를 ‘지역사회 확산국’으로 규정하는 수준이던 CDC는 주말 새 1단계(주의)를 건너뛰고 곧바로 2단계 ‘경계’ 조치를 발령했다. 이후 우리 정부가 위기경보단계를 ‘최상’으로 올리자 이틀만에 최고 수준인 3단계 ‘경고’(불필요한 여행 자제 권고) 조치까지 발령했다.

현재 CDC가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가장 높은 단계의 여행경보를 발령한 국가는 발병지인 중국 본토를 제외하고는 한국이 유일하다. 최근 며칠 새 확진자가 급증한 한국 상황을 그만큼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의미일 게다. 이와 별개로 좀 더 정치적인 의미가 강한 미국 국무부의 여행경보 등급에선 아직 2단계(강화된 주의 실시)에 머물러 있지만 지금 상태로는 안심하기 어려워 보인다.

국제사회에서 미국 보건당국 위상을 감안할 때 이번 조치는 사실상 전 세계의 표준으로 작동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25일 오후까지 한국 출발ㆍ경유자의 입국을 금지ㆍ제한하거나 여행경보를 높인 국가는 23개로 집계돼 있지만, 이 숫자는 금방이라도 늘어날 수 있다. 비공식적이거나 혹은 특정 지역에서 행해지는 조치까지 감안하면 실질적인 ‘코리아 포비아(한국 공포증)’로 번질 수 있는 것이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이후의 상황은 전적으로 우리 하기에 달렸다. 급격한 확진자 증가세를 꺾어내고 충분히 관리 가능한 상황으로 만드는 시간이 짧을수록 국제사회가 우리의 대응력을 평가하면서 걸어 잠근 문을 여는 시점이 빨라질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정부 방침에 따라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는 총력전이 필요한 이유다.

이 와중에 중국 전면봉쇄 논란이 불거지는 건 그래서 아쉽다. 우선 급격한 확산 과정에 대한 면밀한 평가나 분석과는 무관하게 우리 내부의 ‘중국 혐오’가 발동하는 듯해서다. 실제 중국 관련 뉴스에는 내용에 상관없이 중국ㆍ중국인에 대한 비난과 혐오가 가득하다. 특정 네티즌들만의 문제로 치부하기엔 민망할 정도다. 신종 코로나 사태 초반부터 ‘무조건적인’ 전면봉쇄를 주장했던 이들의 목소리가 총선을 겨냥한 정치적 이해관계와 맞물리는 건 극히 위험하기까지 하다. 그나마 세련된 표현이면 모를까 “중국 일반인들이 거리를 ‘활보’한다”(심재철 미래통합당 원내대표)는 식이라면 대중영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주장이 자칫 신종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한 총력전의 기반을 흔들 수도 있음은 모두가 경계해야 한다. 그렇잖아도 신종 코로나 때문에 힘든 대구에서 한 야당 예비후보가 ‘문재인 폐렴 대구시민 다 죽인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선 모습은 상징적이다. 물론 국정에 무한책임을 지고 있는 정부ㆍ여당의 잦은 말실수가 불필요한 정치적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점은 분명히 짚어볼 대목이다.

사실 중국이 최근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한 풀 꺾이자 되레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한국(인) 입국 제한 조치를 취하는 걸 보면 마음이 어지럽다. 하지만 이를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거나 기계적인 ‘상호주의’ 차원에서 해석하는 건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구 1,100만명 대도시를 비롯해 대륙 곳곳을 봉쇄한 채 2,700명 가까운 희생을 치르면서 두 달여만에 겨우 사태를 가라앉히고 있는 사실을 역지사지할 필요가 있다.

지금 시점에서도 외부로부터의 바이러스 유입을 막는 차원에서 한시적으로 전면봉쇄를 추진하자는 주장은 나름 일리가 있다. 바이러스의 추가적인 국내 침투를 막아야 하는 건 당연한 만큼 정부도 전문가 의견을 폭넓게 경청하고 대내외적인 경제 상황 등을 면밀히 검토하고 있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건대 우리가 지금 온 힘을 다해 싸워야 할 상대는 ‘전염력은 높고 백신은 없는’ 바이러스다. 지금 상황에선 정부의 실책이나 실기에 대한 비판과 책임 추궁은 다음 문제다.

양정대 국제부장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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