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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기다리다 지쳐…우리 글은 직접 발표” 온라인 문학플랫폼 ‘던전’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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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탁 기다리다 지쳐…우리 글은 직접 발표” 온라인 문학플랫폼 ‘던전’ 탄생

입력
2020.02.26 04:30
수정
2020.02.26 08:58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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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만나는 동시대 문학’이라는 컨셉을 내세우며 24일 새롭게 오픈한 문학 플랫폼 ‘던전’. 홈페이지 캡처
‘매일 만나는 동시대 문학’이라는 컨셉을 내세우며 24일 새롭게 오픈한 문학 플랫폼 ‘던전’. 홈페이지 캡처

“우리는 던전을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모든 재미있는 이야기의 아지트로 삼을 것입니다.”

‘종이책’이 문학의 유일한 집이던 시절은 지나갔다. 이제 문학은 전자책 이메일 오디오북에 이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끊임없이 새로운 둥지를 찾아 이동한다. ‘던전’은 새로운 문학의 집으로 만들어 보겠다는 선언이다.

‘던전’은 지난 24일 오픈했다. ‘매일 만나는 문학 플랫폼’이라는 컨셉을 내세운 온라인 문예지다. 웹사이트에 소설, 시, 평론 등의 새로운 문학 작품을 매일 업데이트한다. 독자들은 월 7,000원, 3개월에 1만 9,900원을 내면 이 콘텐츠들을 즐길 수 있다.

‘조아라’ ‘문피아’ ‘브릿G’ 등 온라인 유료 플랫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웹소설을 대상으로 삼았다. ‘던전’처럼 이른바 ‘순문학’을 내세운 유료 플랫폼은 처음 있는 시도다. ‘문장 웹진’이나 ‘웹진 비유’처럼 한국문화예술위원회나 서울문화재단 같은 공공기관의 지원을 통해 운영되는 기존 순문학 웹진과도 다른, 순수하게 독자의 구독료를 기반으로 한 순문학 플랫폼이다.

‘던전’을 꾸려가는 것은 박서련, 서호준 작가를 비롯, 모두 다섯 명이다. 글을 발표할 ‘지면’의 ‘청탁’을 기다리다 지친 이들이 직접 온라인에다 지면을 만든 셈이다. ‘던전’ 작가이자 대표이기도 한 서호준 작가는 “오늘날 최신 문학은 대개 문예지를 통해서만 접할 수 있는데, 대부분 계간지인 탓에 연재 텀이 길고 독자들의 접근성도 낮다”며 “꾸준히 연재할 고정 지면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만들어주지 않길래 직접 만들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학 플랫폼 '던전'을 만드는 작가들. 왼쪽부터 서호준, 박서련, 박다래 작가. 던전 제공
문학 플랫폼 '던전'을 만드는 작가들. 왼쪽부터 서호준, 박서련, 박다래 작가. 던전 제공

사이트를 구축하는 데 드는 초기 비용은 다섯 명의 작가들이 갹출했다. 개발과 제작은 외주 업체에 맡겼다. 지난해 7월에 낸 아이디어가 ‘던전’으로 태어나기까지 7개월이 걸렸다. 다섯 작가에다, 독립 문학계에서 활동하는 이들을 더해 선발 필진을 꾸렸다. 등단한 작가도 있지만, 등단하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써온 작가들도 함께 쓴다. 나중에는 투고작을 받아 신인 작가의 새로운 데뷔 창구가 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호기롭게 출발은 했지만 시장은 그 자체가 지옥 같은 곳이다. ‘이름 있는 작가’도 아닌, 낯선 신인 작가들의 글을 월 7,000원을 내고 구독해볼 독자들이 과연 얼마나 될 지가 관건이다. 이리저리 주판알을 튕겨보니 작가들에게 고료를 지급하고 안정적으로 사이트를 꾸려나가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 구독자 수는 300명 정도다. 그래도 이름값 있는 작가를 섭외해 초기에 이 숫자를 넘겨볼까 하는 마음도 있었지만 일부러라도 그렇게 하지 않기도 했다. ‘던전’이 ‘새로운 대안’이 됐으면 해서다.

서 작가는 “ ‘던전’은 문단 제도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이라 할 수 있는 등단 제도에 대안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지면이 필요한 작가에게 안정적인 연재처를 제공하면서, 독자들에게는 메일처럼 가볍게 받아볼 수 있는 문학을 선보인다는 세 가지의 지향점을 갖는다”며 “‘던전’이 문학의 접근성을 낮춰줄 불쏘시개 같은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소범 기자 beo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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