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229명으로 늘어나면서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나타난 24일 밀라노 인근 피오텔로의 한 슈퍼마켓에서 고객들이 텅 빈 식료품 진열대를 바라보고 있다. 피오텔로=EPA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가 한국ㆍ이탈리아ㆍ이란 등 발원지인 중국과의 지리적 거리와 무관하게 지구촌 각지에서 대규모로 발병하면서 ‘팬데믹(대유행)’이 시작됐다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팬데믹은 시기상조”라는 세계보건기구(WHO)와는 사뭇 다른 목소리다.

이안 맥케이 호주 퀸즐랜드대 바이러스학 교수는 24일(현지시간) 최근 신종 코로나 환자가 급증한 한국ㆍ이란ㆍ이탈리아를 거론하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환경 적응을 마치고 변이 준비까지 됐음을 보여준다”며 이를 ‘탄광 속 카나리아’에 비유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실제 지난달까지 한 자릿수에 그쳤던 중국 밖 감염 비율은 20일 이후 20%로 늘었다. 맥케이 교수는 중국 과학자들이 보고한 후베이성 우한의 무증상 감염 사례를 들어 “세계 다른 곳에서 유사한 발병 사례가 이어질 경우 신종 코로나는 팬데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WHO가 여전히 신종 코로나의 팬데믹 선언이 이르다는 인식을 보이는 것과 대조된다. 마이크 라이언 WHO 긴급대응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다해야 할 때”라면서도 “팬데믹 선언은 시기상조이며 우리는 그런 사태를 피하려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도 신종 코로나 확산 상황이 아직은 대유행 단계가 아니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WHO의 팬데믹 선언은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바라트 판카니아 영국 엑시터 의대 박사는 “우리 모두는 지금의 신종 코로나 확산 사태를 이름만 아닐 뿐 실질적으로는 팬데믹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마크 울하우스 영국 에든버러대 감염병역학과 교수도 “팬데믹은 감염병이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걷잡을 수 없이 퍼지고 있음을 의미한다”면서 “이미 중국에 이어 한국과 이란, 이탈리아에서 대규모로 발병한 만큼 이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다면 팬데믹 선언 기준에 부합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공감은 비로그인 상태에서도 가능합니다

web_cdn 저작권자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 최신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