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주범’ 신세 면치 못하는 신천지
“교인 명단 공개했다” 대책 마련해도 “못 믿겠다” 공분 여론
신천지. 아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발생하기 전, 아니 31번 확진자가 나타나기 전 이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도 적지 않았을 겁니다.
불과 며칠이 지났을 뿐인데요. 이제 신천지를 모르는 국민은 거의 없을 겁니다. 신종 코로나의 주범, 그리고 대한민국 국민들의 공적으로 낙인이 찍혔습니다. 급기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신천지를 아예 해체해달라는 청원이 등장했는데요. 이 청원은 올라온 지 하루 만에 정부 답변 요건인 20만 동의를 넘겼고요. 25일 오전 9시 기준 60만명을 훌쩍 웃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천지는 “우리도 피해자”라며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죠.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25일 “신천지는 피해자고 그들을 가해자 취급해 혐오하거나 차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언급했습니다. 신천지는 정말 피해자일까요? 억울한 부분이 있을까요?
◇31번 환자는 누구?
31번 확진자는 신종 코로나 확산 변곡점의 중심에 선 인물입니다. 그가 확진 판정을 받은 후 확진 사례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기 때문인데요. 특히 31번 확진자가 폐렴 증상 등으로 의료진으로부터 신종 코로나 검사를 두 차례나 권유 받았지만, 이를 모두 거부한 채 교회나 결혼식장, 연회장을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어요. 그가 신천지 교인이라는 것, 9일과 16일 신천지 대구교회에서 예배를 봤다는 것이 알려진 것도 그 무렵입니다.
이후 31번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는 곳에서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는데요. 특히 31번 확진자가 방문한 결혼식장과 연회장에 함께 있었던 김포 30대 부부와 그들의 16개월 영아까지 확진 판정을 받자 공분 여론이 거세진 겁니다.
하지만 31번 확진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은 검사를 거부한 적이 없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요.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은 이에 “사실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꽁꽁 숨기는 게 가장 큰 죄?
24일 오전 10시 기준 대구, 인천, 광주, 울산, 세종, 강원, 충북, 경남, 제주 등 각지에서 발생한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대부분 신천지 대구교회 관련 사례입니다. 이처럼 신천지 교인인 경우, 특히 대구 교회를 다니거나 방문했던 경우 자발적으로 교인임을 밝히고 검사를 받아야 확산세를 막는 데 도움이 되는 건데요. 문제는 신천지 교인들이 자신이 신천지 교인인 사실을 감추다가 뒤늦게 털어놓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겁니다.
대구가톨릭대병원에서는 지난 18일 어머니에게 간을 이식해준 딸이 수술이 다 끝난 뒤에야 자신이 신천지 교인임을 털어놓았는데요. 앞서 이 병원에서는 확진 판정을 받은 호흡기내과 간호사가 신천지 교인임이 드러났고 이 간호사와 접촉한 전공의 1명도 감염된 것으로 알려져 감염 우려가 커진 상황이에요.
대구 서구청에서는 코로나 방역 대책을 총괄하는 공무원이 신천지 교인임이 알려져 아예 방역 업무가 마비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질병관리본부가 20일 대구시에 통보한 신천지 대구교회 교인 명단에 대구 서구 보건소 감염 예방 총괄 직원이 포함돼 자가격리 통보를 받은 건데요. 그는 이 통보를 받기 전까지는 자신이 교인임을 감추고 있었습니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이 공무원이 확진 판정을 받은 후 보건소 직원과 파견 나온 의사 및 간호사 50여명 즉시 격리돼 방역 업무에 큰 혼란이 일었고요. 이후 서구청 보건과 직원 중 3명이 추가로 확진 돼 지역사회가 불안해졌습니다. 이 밖에도 경북 군위에서는 여러 가정을 방문하는 정수기 관리사가 신천지 교인이고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24일 알려졌는데요. 대면 접촉이 많은 직업의 특성상 추가 감염 우려가 불거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예배 방식도 범죄?
신천지 측의 예배 방식도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는데요. 신천지의 예배 방식은 매우 독특합니다. 신천지는 일반 교회와 달리 바닥에 앉아서 예배를 보는데요. “하나님 앞에 예배를 드리는데 어떻게 감히 의자에 앉을 수 있느냐. 무릎을 꿇고 바닥에 앉아야 한다”는 인식 때문이라고 합니다. 교인들은 발 하나 끼어들 틈조차 없을 정도로 다닥다닥 붙어 앉는 것으로 알려지죠.
예배 중 접촉도 많은데요. 서로 옆 사람에게 인사를 하라고 하면, 코앞에서 ‘사랑합니다’ ‘전도합시다’ 등의 얘기를 주고 받는다고 하죠. 당연히 침과 타액들이 상대방에게 튈 수밖에 없을 겁니다. 특히 다수의 신자가 특정 지역이 아닌 전국의 교회를 돌며 예배를 하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들의 예배방식이 신종 코로나의 감염을 급속히 확산시킨 건 분명해 보이는데요. 그렇다고 이들의 예배방식 자체가 범죄인양 몰아세우는 건 적절치 않을 수도 있는데요. 신천지측이 “우리도 피해자”라고 호소하는 데는 이렇게 모조리 범죄 행위로 매도되는 데 대한 억울함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신종 코로나를 전파시켜라?
설마 자신이 신종 코로나 확진 가능성이 높음을 알고도 예배에 참여했다거나, 일부러 외부 활동을 했을 리는 없겠지요. 같은 교인, 나아가 가족과 지인을 코로나 감염 위험에 일부러 빠뜨린다는 건 상식적으로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잖아요.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런 의혹을 제기합니다. 일부 교인들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단체 공지 문자에는 타 교회에 가서 신종 코로나를 전파시키라는 지령까지 나옵니다. 실제 신천지 교인들은 일반 개신교 교회에 침투해 포교를 해와서 논란이 됐었지요. 교회뿐만 아니라 카페나 복음방 등으로 위장해 포교활동을 하는 것으로도 알려집니다.
신천지 측이 홈페이지 통해 공개한 방역 완료 교회 및 부속기관 목록을 믿을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23일 “신천지 측이 공개한 경기도 내 교회 시설 및 부속기관 주소가 도 자체에서 확보한 자료와 일부 차이가 있다”며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결국 이 지사는 25일 “신천지 측이 명단을 제출할 때까지 더 이상 지체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며 “제2의 대구 사태를 막기 위해 신천지 과천본부를 긴급 강제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습니다.
과잉 반응 아니냐고요? 글쎄요. 실제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신천지 관련 시설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엉터리 주소지인 경우가 많았다고 해요.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신천지 자료(공개한 주소록)도 100% 믿을 수 없고 ‘우린 신천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곳도 있어 대응이 쉽지 않다”라며 "신천지 주소록과 다른 곳은 파악해 보건당국에 통보 중”이라고 토로했습니다.
이정은 기자 4tmr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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