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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지금 대구에 필요한 것은…

입력
2020.02.25 04:30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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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3일 오전 대구 서구의 한 생활용품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대구=뉴스1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3일 오전 대구 서구의 한 생활용품점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사기 위해 줄을 서 있다. 대구=뉴스1

24일 오전 10시 대구시청 2층 상황실. 질병관리본부보다 10분 늦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브리핑을 시작하는 권영진 대구시장을 기다리던 기자들은 외국언론 등장에 잠시 주춤했다. 미국 CBS 방송이었다. 그런데 옆자리에서 영어뿐만 아니라 중국어도 들려오면서 상황실이 술렁거렸다. 중국 CCTV 기자들이 신종 코로나 확산지인 대구를 취재하러 온 것이었다. 신종 코로나 최초, 최대 발생국 기자가 대구까지 취재올 줄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권 시장이 이날 중국 기자가 있는 브리핑에서 “미리 중국인 입국을 차단해야 했는데, 이미 늦었다”고 말했지만 국내에서는 오히려 ‘대구봉쇄론’이 똬리를 틀고 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굳이 대구-제주 항공노선 운항 중단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이용객이 줄어든 대구 노선은 축소되고 있다. 대한항공이 하루 2번 왕복하던 대구-제주 노선은 25일부터 다음달 말까지 중단되고, 아시아나항공도 내달 9일까지, 제주항공 역시 29일까지 한시적으로 비행기를 띄우지 않는다.

공기업과 사기업 가릴 것 없이 대구출장에는 고개를 내젓고 있다. 삼성전자는 21일 수원과 구미를 오가는 회사버스 운행을 중단했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 833명 중 대구에서만 59.8%인 498명의 확진자가 발생했으니 대구를 달리 보는 것이 이해는 된다. 위기 경보도 최상급인 ‘심각단계’로 격상되면서 확산 추세에 따라 ‘대구 봉쇄’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대구에 살면 누가 뭐라 하지 않더라도 ‘자가격리’를 통해 스스로를 봉쇄하고 있다. 이날 대구 서구보건소의 방역담당 공무원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동료 직원 50여명이 격리되는 상황이고 보면 위험지역이 따로 없기도 하다.

며칠 사이에 대구에선 백화점, 영화관, 목욕탕, 수영장, 체육관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어 딱히 갈 곳도 없다. 휴대폰으로도 하루에 1, 2개 식당에서 문을 닫는다는 문자메시지가 날아온다. 일요일 저녁 대구의 명소 수성못 주변에서 식당을 제대로 찾지 못했으니 말 다했다.

대구가 필요한 것이 많다. 의료인력과 물품, 병실, 마스크, 손세정제가 1순위고 사재기 심리가 일지 않도록 생필품의 안정적 공급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 못지 않게 필요한 것은 이웃의 따뜻한 관심이다. 권 시장 말처럼 ‘대구 폐렴’ ‘대구 코로나’라는 용어는 장벽만 높게 쌓을 뿐이다. 20일 대구에 가장 먼저 마스크 2만장씩 건네준 광주, 전남의 사람냄새가 느껴진다.

대구=전준호 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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