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사태 악용 사기 극성
서울에 거주하는 이모씨는 지난 23일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장례식 근조화환’을 검색했다. 갑작스레 운명을 달리한 친척 어르신의 빈소가 차려진 전북 전주시의 장례식장에 화환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검색 결과 상위에 랭크된 서울 소재 A업체가 판매하는 14만원짜리 근조화환을 선택해 휴대폰으로 결제했다. 곧바로 이 업체에 전화를 걸어 “전주까지 얼마나 걸리느냐”며 도착 시간까지 확인했다. A업체 관계자는 “2~3시간 내에 도착하며 휴대폰으로 배달 확인 사진을 촬영해 전송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씨는 생각지도 못한 황당한 일을 겪었다. 주문한 지 3시간 여가 지난 오후 7시쯤 상주에게 화환이 잘 도착했는지 확인했지만, 오지 않았다는 답을 들었다. 이씨는 부랴부랴 A업체에 전화를 걸어 근조화환이 왜 아직도 도착하지 않았는지 따졌고, 업체 관계자는 배달을 마친 증거라며 사진을 전송해왔다. 그 사진은 그러나 장례식장에 놓인 근조화환이 아니었다.
이상하게 여긴 이씨는 A업체에 재차 전화를 걸어 “장례식장에 도착하지 않았다는 데 어떻게 된 것이냐”며 직원을 추궁했다. 그러자 업체 측은 “각 지역의 업체와 연계해서 꽃배달을 하고 있다”며 배달을 담당했다는 전주 B업체의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이씨가 B업체의 위치를 인터넷으로 검색해보니 장례식장과는 불과 15분 거리였다. A업체는 이씨와 통화한 지 10여 분 뒤 화환을 배달했다고 전화로 알려왔다.
이씨는 “내가 확인하지 않았다면 배달하지 않고 사기를 쳤을 것”이라며 “바쁜 세상이라 장례식이나 결혼식 등 경조사에 화환을 보낸 뒤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점을 노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 때문에 장례식장에 조문객이 없다는데 이런 행위가 상주를 세 번 울리는 거 아니냐”고 씁쓸해했다.
네이버에 ‘장례식장 근조화환’을 검색하면 무려 30만건의 상품이 검색되고 그런 만큼 피해 사례도 다양하다. 직장인 박모씨도 인터넷으로 꽃배달 주문을 했다가 낭패를 본 경험이 있다. 전혀 다른 꽃이 배달됐던 것. 그는 “인터넷에서 검색한 일부 꽃배달 업체 홈페이지에는 배송 후기 사진이 올라와 있지만, 자세히 보면 업체가 화환 사진만 찍어 올린 것도 있다”고 말했다.
꽃배달 업체 관계자는 “꽃을 바꿔치기 하거나 배달 자체를 하지 않는 일부 악의적인 업체로 인해 성실한 업체도 의심을 받기 일쑤”라며 “온라인에서 주문할 때는 홈페이지 리뷰나 구매건수 등을 확인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은영 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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