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장 폐쇄ㆍ자가격리 속출… 은행권 15개 영업점 폐쇄
LG전자 연구시설 재택근무, 사내 기자실 등 잇달아 폐쇄
국내 대표 전자업체의 핵심 연구시설은 잠정 폐쇄됐고 은행 지점은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 대기업의 올해 신규 채용 또한 기약도 없이 연기됐다. 수면 위로 떠오른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여파다. 국내 확진자 수가 24일 오후 800명을 넘어선 가운데 대기업 직원이나 가족들도 신종 코로나 감염의 사정권에 들어오면서다.
신종 코로나에 국내 산업계가 혼란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사실상 기업들의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불가능한 상태까지 다다르면서 심각성은 더해가고 있다.
LG전자는 24일 “인천사업장에 근무하는 직원의 자녀가 지난 22일 신종 코로나 판정을 받았다”면서 “판정을 받은 날부터 3일동안 해당 직원이 근무하는 연구동을 폐쇄하고 방역 작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현재 대구 자택에서 자가 격리 중인 이 직원은 현재 코로나 19 감염 여부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LG전자 인천사업장 연구동은 자동차부품(전장) 부품 사업의 핵심 시설로, 2,500여명의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LG전자측은 24일 이 연구동 직원들에 대해 재택근무를 실시하도록 조치했다.
대구·경북 지역에 공장을 둔 기업들의 직·간접적인 피해도 눈에 띄고 있다. 지난 22일 경북 김천산업단지 내 코오롱생명과학 1공장에 근무했던 한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자, 회사 측은 이 직원과 함께 통근버스를 탄 동료 등을 자가격리 조치하고 24일까지 공장을 폐쇄했다. 현대제철 포항공장도 직원이 23일 확진 판정을 받자, 건물 한 층을 폐쇄하고 같은 부서 직원 12명에 재택 근무를 통지했다.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거나 확진자가 다녀간 것으로 확인된 은행 영업점들도 잇따라 폐쇄됐다. 24일까지 신종코로나 영향으로 폐쇄한 전국 은행 영업점은 15개에 달한다. 24일부터 이틀간 임시폐쇄가 결정된 KEB하나은행 포항지점을 비롯해 우리은행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DGB대구은행, NH농협은행 등이 다수 지점이나 출장소에 대해 일시 영업 중지 조치를 내렸다. 대구 소재 보험사들도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일부 영업점을 폐쇄했다.
신입채용 절차까지 미뤄지고 있다. 현대차는 24일부터 진행하기로 했던 모든 신입사원 채용 면접 일정을 연기하기로 했다. 전날 신종코로나 위기경보가 심각 단계로 격상되면서 사옥에 외부인 출입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에 내려진 조치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선 노조 자체 조사를 통해 신천지 울산교회 예배에 참석한 4명과 사망자가 나온 서진산업 출장자 2명 등 직원 6명을 자가 격리시켰다. 현대차 노조는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사내에서 한 명이라도 나오면 전 공장을 세워야 할 수도 있다”며 “협력사까지 점검해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이동통신업계에서도 내부 공지를 통해 재택근무 권고를 권장하고 있다. SK텔레콤은 내부 공지를 통해 전직원에게, LG유플러스는 임산부나 초등학생을 둔 부모 등에게 재택근무를 독려하고 나섰다. 기간은 양사 모두 이달 25일부터 3월1일까지다.
사내 감염 요인의 차단을 목적으로 기자실을 폐쇄하는 기업도 나오고 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를 포함한 이동통신 3사와 LG전자 및 SK하이닉스, 티몬 등에선 24부터 한시적으로 기자실 폐쇄를 알렸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성 금융 계열사를 비롯해 전국경제인연합회와 SK그룹, 아모레, CJ제일제당, 해태제과 등도 25일부터 기자실 운영을 중지할 것으로 알려졌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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