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한 부속 기관 찾아도 “아니다”… 주소 엉터리ㆍ신도 공개 안 해
경찰청 “명단 압수수색은 힘들어” 신종 코로나 방역 구멍 비상
[저작권 한국일보] 24일 신천지 교회가 입주해있는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건물 2층 출입문이 잠겨있다. 이승엽 기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의 진원지로 지목되고 있는 신천지예수교회(신천지)에 대한 추적ㆍ역학조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지방정부는 물론 경찰 등 사법당국이 추적에 나서고 있지만 신천지나 신자들이 조사에 협조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욱이 신천지가 정체를 숨긴 채 은밀한 방식으로 포교와 전도활동을 하고 있어, 신천지에 대한 추적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고 있다.

24일 대구시와 대구경찰청에 따르면 신천지 대구교회 신자 9,336명에 대한 전수조사는 속도를 내고 있다. 전날까지 소재가 파악되지 않았던 670명 가운데 3명을 제외한 모든 신자의 소재를 파악했기 때문이다. 지난 9일과 16일 문제의 대구 예배에 참석한 대구ㆍ경북 이외 지역 신자 117명에 대한 신원도 파악, 다른 지방정부 및 지방경찰청과 함께 추적에 나서고 있다. 신천지 대변인이 전날 제공한 신천지 교회 및 부속시설 1,100여곳의 주소록 또한 방역 및 사법당국의 추적 대상이다.

하지만 실제 추적ㆍ역학조사는 난항을 겪고 있다. 관악구에 따르면, 이날 구청 관계자가 신천지 부속기관으로 추정되는 서울 관악구 신림동 한 주택의 문을 두드렸지만 “신천지요? 교인 아닌데요”라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 구청 관계자가 찾은 주소지는 신천지 측이 제공한 교회 관련시설이었지만 거주자가 부인할 경우, 강제력을 발동할 수가 없다. 관악구 관계자는 “거주자가 신천지 연관성을 강력하게 부인하는 데다 개인 주택이라 역학조사는 물론 방역도 할 수가 없다”고 토로했다.

신천지 측이 제공한 주소지가 엉터리인 경우도 적지 않다. 부속기관으로 공개된 서울 서대문구의 한 빌딩 내 사무실 역시 지난해 8월부터 미용 재료 유통업체로 사용되고 있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금 상황에선 신천지 자료(공개한 주소록)도 100% 믿을 수 없고 ‘우린 신천지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곳도 있어 대응이 쉽지 않다”라며 "신천지 주소록과 다른 곳은 파악해 보건당국에 통보 중”이라고 말했다.

신천지 측이 제공한 주소지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해 완전 추적은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천지 전문가집단 ‘종말론사무소’가 공개한 올해 1월 신천지 총회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신천지 교회와 선교센터, 사무실 등 관계 시설은 1,529곳에 달한다. 신천지 피해자 구제활동을 해 온 정윤석 목사는 “총회에서 언급된 기관 외에 위장 카페나 위장 문화센터 등 포교를 위해 설립한 부속기관들 또한 상당하다”고도 했다.

[저작권 한국일보] 24일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의 한 건물. 이 건물 2~5층에 신천지 교회와 부속기관이 입주해 있으나 이를 알리는 간판은 전무하다. 이승엽 기자

경찰 등 사법당국 또한 신천지 시설이나 신자들에 대한 추적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적 한계에 봉착해 있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이날 오전 전국 경찰 지휘부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소재 불명인 신천지 신자들의 소재 파악을 적극 주문했다. 하지만 경찰이 나서더라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박원순 서울시장이 전날 강제수단을 동원한 추적을 요청했지만, 신천지 측이 명단 제출을 거부하는 한 강제할 수단이 없다. 경찰청 관계자는 “신천지 시설에 대한 압수수색을 고려했지만, 특별한 범죄혐의가 없는 한 수색영장을 발부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ㆍ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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