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차원 주도는 역풍 우려, 지지자 자발적 창당 모양새로… 미래한국당 비판 무색
더불어민주당 안팎에서 비례대표 전용 위성정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 정당인 미래한국당이 4ㆍ15 총선에서 비례대표 의석(47석)의 절반을 차지해 통합당이 21대 국회의 원내 1당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그러나 민주당 차원에서 비례대표 정당 창당을 주도하면 정치개혁 훼손 시비로 역풍을 맞을 것이다. 이에 민주당 지지자들이 자발적으로 창당하는 방식을 비롯한 구체적 시나리오가 거론되고, 당 지도부가 이 같은 상황을 방조하고 있다.
통합당의 미래한국당 창당에 대해 민주당은 “꼼수 중의 꼼수”라고 비판해 왔다. 비례대표 정당이 지난 연말 민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의 빈틈을 노린 시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민주당의 태도가 미묘하게 변하고 있다. 비례대표 정당 창당을 ‘주도’할 순 없어도 ‘방관’할 수는 있다는 분위기를 의도적으로 흘리고 있다.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24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례대표 정당 창당에 대한 기본적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면서도“정당의 창당은 굉장히 자유로운 의사 결정과 힘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우리가 막을 방법은 없다”고 밝혔다. 최근 비례대표 정당 창당론에 불을 지핀 건 친문재인계 인사들이다. “비상한 상황이 벌어지면 비례대표 정당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생각해야 한다”(윤건영 전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 “민주당 위성 정당이 아닌, 민주 시민을 위한 비례 정당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손혜원 민주당 의원) 등의 발언이 동시에 쏟아져 나왔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정당 창당을 만지작거리는 외부 지지자들을 ‘의병’ ‘민병대’ 등으로 치켜 세웠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3일 기자간담회에서“여러 의병이 정당을 만드는 것을 내가 말릴 수는 없지 않으냐”고 했고, 민병두 의원도 페이스북에 “시민들의 자발적 논의를 거쳐 민병대가 조직되는지 지켜보고 있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 핵심 과제를 배반하는 ‘편법 창당’을 부추기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위험 수위의 발언들이다.
정치개혁을 명분으로 선거법 개정에 동참한 정의당은 강력 반발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통합당과 같은 방식으로 맞대응해서는 수구 세력들의 ‘꼼수 정치’를 절대로 이길 수 없다”고 꼬집었다. 민주당 비례대표 정당이 현실화할 경우 정의당이 결정타를 입게 된다. 선거법상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따라 민주당이 잃는 비례대표 의석을 정의당이 물려 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김현빈 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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