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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자막 달시 파켓 “오스카 후보 지명조차 상상 못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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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자막 달시 파켓 “오스카 후보 지명조차 상상 못한 일”

입력
2020.02.25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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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시 파켓은 "영화 번역을 할 때 외국인에게 친밀한 것으로 바꾸기 보다 한국 문화요소를 지키려 한다"며 "가장 좋은 번역은 한국적인 원래 내용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달시 파켓은 "영화 번역을 할 때 외국인에게 친밀한 것으로 바꾸기 보다 한국 문화요소를 지키려 한다"며 "가장 좋은 번역은 한국적인 원래 내용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국 영화 전도사 달시 파켓(48)은 영화 ‘기생충’의 숨은 공신 중 한 명이다. ‘기생충’이 ‘1인치 자막의 장벽’을 넘어 작품상 등 오스카 4관왕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어 번역의 힘이 컸다. 짜파게티와 너구리 라면을 섞어 끓이는 짜파구리를 라면과 우동을 합친 ‘람동(Ramdon)으로 바꿔 외국 관객의 이해를 도왔다. ‘종북 개그의 달인’이란 대사는 ‘Nobody can imitate North Korea news anchors like you(누구도 당신처럼 북한 뉴스 앵커 흉내를 낼 수 없다)’로 바꿔 문화적 간극을 메웠다. ‘살인의 추억’ 때 이미 인류 최대의 난제인 ‘밥은 먹고 다니냐’를 ‘Did you get up early in the morning too?’로 옮기기도 했다. 파켓은 ‘기생충’의 오스카 점령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24일 서면 인터뷰로 그와 만났다. 파켓은 1999년부터 한국에서 평론가 번역가 배우 등으로 활동하며 한국 영화 150편 가량을 번역했다. 지금은 미국 인디애나주립대 등에서 한국 영화 관련 강연을 하는 틈틈이 한국 영화 자막 번역 일을 하고 있다.

하지만 파켓은 “매우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면 미국인이 얼마나 자막 영화를 피하는지 자랄 때부터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제가 번역한 영화가 아카데미상 수상은커녕 후보에 오르리라는 것조차 상상하지 못 했다”고 말했다. ‘기생충’이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에 오른 후에야 수상 예상과 희망이 생겼다. 파켓은 “대부분이 예상했던 국제영화상 수상은 놀랍지는 않았다”며 “‘기생충’이 워낙 잘 만들어졌고, 봉 감독 연출 스타일이 미국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느껴졌기에 감독상까지 노려볼 만하리라 생각했다”고 밝혔다.

아카데미상 시상식 전부터 미국 땅에서도 ‘기생충’의 열기를 느꼈다. 그는 “‘기생충’에 대한 사람들의 열광은 예외적인 것이었다”며 “영화인뿐 아니라 해외 영화는 거의 보지 않는 평범한 사람들조차 ‘기생충’을 두 번, 세 번 보려 했다”고 전했다. 파켓은 “(아카데미상 시상식 직후) ‘기생충’을 아는 많은 사람이 매우 흥분했다”고도 했다. 그는 “많은 미국인이 비영어권 영화가 마침내 작품상을 받은 것이 적절하면서도 때늦은 것으로 느끼는 듯하다”고 전하면서도 “할리우드는 지나치게 진보적이고, 국제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하는 미국인도 (도널드) 트럼프를 포함해 많다”고 덧붙였다. ‘기생충’의 4관왕 요인으로는 “할리우드 영화와 대비되는 스타일, 유머와 쿨한 태도가 깊은 슬픔과 적절히 조합을 이룬 점”을 우선적으로 꼽으며 “(북미 배급사) 네온의 영리한 마케팅 활동, 봉 감독의 헌신적인 홍보 활동과 인기 상승”도 거론했다.

파켓은 ‘기생충’의 오스카 수상으로 “많은 한국 감독들에게 국제적으로 새 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한국 영화 산업이 새 전기를 맞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오스카 효과 활용을 위해 한국 영화계가 우선 해결해야 할 문제로 “신인 감독이 재능을 발휘하기 매우 힘든 산업 환경”을 꼽았다. “봉 감독 세대가 첫 번째, 두 번째 영화를 만들 때는 창작의 자유와 지원을 누렸습니다. 요즘엔 안정적인 영화만 선호하니, 젊은 감독이 모험적인 영화를 만들 힘이 없습니다. 모험 없이 유명해지는 감독은 없습니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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