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4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ㆍ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이 사실상 결정됐다. 더불어민주당의 추경 편성 요청에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추경 검토”를 직접 지시하면서 그간 추경에 신중한 자세였던 정부가 도리어 쫓기듯 추경안을 급히 내놓아야 할 처지가 된 것이다.

하지만 올해는 총선을 코앞에 둔 특수 상황이어서 정부 추경안의 규모와 사업내용을 둘러싼 정치 공방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미 올해 512조원의 슈퍼 예산을 짠 정부가 추경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지도 고민거리다.

 ◇“코로나 사태 이후 경제활력 회복 대비해야” 

24일 정부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오는 28일 코로나19 사태 대응을 위한 1차 경기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추경안의 큰 틀도 함께 공개할 방침이다. 이번 추경안에는 방역사업 강화, 의료 지원은 물론 내수 부양과 수출 회복, 기업 생산ㆍ투자를 살리기 위한 전방위 지원안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사용 가능한 목적 예비비 2조원과 각종 기금을 감안하면 당장 코로나19에 직접 대응할 재원은 충분하다”며 “다만 코로나19 극복 이후 경제적 어려움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돼 코로나 이후 경제활력을 찾기 위한 추경을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기재부 안팎에서는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ㆍMERS) 사태 때 11조6,000억원의 추경이 편성된 만큼, 경제 충격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되는 코로나19 대응 추경안 규모도 최소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다. 문 대통령의 “전례 없는 특단의 대책” 강조 발언까지 감안하면 최대 15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당정은 병원 등 의료기관에 한시적으로 중소기업 지위를 부여해 각종 세제혜택과 예산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영세 상인의 임대료를 정부가 우선 지원하고 추후 추경 예산으로 메우는 파격 지원도 고려되고 있다. 이밖에 임대료를 깎아주는 건물주에게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과 소비 진작을 위해 일정 수입 이하의 가정에 소비쿠폰을 지급하는 등의 대책도 논의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구체적 추경 규모는 지원되는 사업 규모와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며 “다만 이번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어 과거 감염병 사태 당시 추경 규모에 버금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추경 편성 현황
 ◇통과 시점, 재원 마련 방법은 미지수 

조기 추경을 편성하기로 했지만 정부는 추경안의 국회 보고 시점과 재원 마련 방안을 여전히 고심하고 있다.

정부가 다음달 초까지 추경안을 서둘러 마련해 국회에 보고할 경우 이론상 2월 임시국회 마지막 날인 3월 17일까지 국회 처리가 가능하다. 하지만 총선을 코앞에 둔 특수한 상황이라 국회 통과를 낙관하기는 어렵다. 야당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추경 편성 필요성에는 동의했지만, 자칫 정부의 선심성 경제정책으로 해석될 수 있는 각종 경제 지원책에는 반대할 수 있어서다.

실제 2005년 11조원대 메르스 추경 때도 순수한 메르스 대응 관련 예산은 2조 5,000억원에 불과해 당시 야권은 “정부의 총선용 경기부양 추경”이라는 비판을 내놨었다.

1990년대 이후 총선을 앞둔 1분기에 추경이 통과된 경우가 단 한차례도 없다는 것도 정부에는 부담스런 대목이다. 1분기 추경이 통과된 사례도 외환위기 시기였던 1998년, 1999년과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세 차례뿐이었다.

추경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냐는 것도 정부의 남은 숙제다. 정부는 올해 512조 3,000억원 규모의 슈퍼 예산을 짜면서 60조원 규모의 적자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지난해 예산을 쓰고 남은 세계잉여금은 2조1,000억원 수준에 불과해, 10조원 이상의 추경 편성을 위해선 적자국채 추가 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아울러 올해 예산의 70%(약 305조) 정도를 상반기에 배정한 상태에서 추경 예산까지 상반기에 투입되면 하반기에 발생할 지 모를 경제 상황 악화에 대응할 재정 카드가 없어지게 되는 것도 고민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올해 예산 규모와 가용 예비비 등을 감안하면 추경은 과한 측면이 있다”며 “재정 상황을 감안하지 않은 정부 지출 확대는 국민 세부담으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오히려 경기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세종=민재용 기자 insigh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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