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와 관련해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 청원이 76만 1,833명의 동의를 받고 22일 종료됐다. 역대 세번째로 많은 청원인수다. ‘20만명 이상 청원’이라는 답변 요건을 충족한 만큼, 청와대는 한 달 안에 공식 입장을 내놓게 된다.
중국인 입국 금지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23일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 청와대는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질병관리본부 등 전문가들의 판단에 따를 것”이란 원칙적 입장을 지켰다. 당분간은 중국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시행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정부ㆍ여당은 중국인 입국 금지가 방역 측면에서 실효성이 크지 않은 반면, 경제적ㆍ외교적 손실이 막대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중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이 하루 평균 3만명대에서 코로나 사태 이후 10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만큼, 입국 금지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이 정부 판단이다. 중국에 대해 입국 금지 조치를 실시하면 국내 신종 코로나 확산의 중심인 대구ㆍ경북 봉쇄를 검토해야 하는 모순도 생긴다.
청와대 기류도 여당과 다르지 않다. 청원 답변과 관련해 청와대는 중앙사고수습본부와 질병관리본부의 판단에 따르겠다는 입장이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21일 “특정 국가, 특정 사람들만 제한하는 것은 감염 방지 차원에서 반드시 옳은 것만은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국제 보건규범이나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중국인 입국 금지 조치의 실행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규모 질병 발생에 대한 국제적 대응이 필요할 때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PHEIC)’를 선언하고 국경 폐쇄 또는 여행ㆍ무역 제한 등 질병 확산 방지 조치를 회원국에 ‘권고’할 수 있다. 그러나 역대 5차례의 PHEIC 선언에서 이러한 권고가 뒤따른 적은 없었다.
그러나 야당에선 중국인 입국 금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는 23일 입장문에서 “중국을 방문한 외국인 입국을 즉각 금지시키라”고 요구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도 22일 “정부는 중국 눈치 보기를 그만두고 중국 전 지역에서 입국하는 외국인의 입국을 한시적으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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