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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애를 어디에…” 맞벌이 부모들 발동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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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애를 어디에…” 맞벌이 부모들 발동동

입력
2020.02.23 21:37
수정
2020.02.24 00:20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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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국 유ㆍ초ㆍ중ㆍ고 개학 연기 

 코로나 대책에 학부모들 비상 

지난달 29일 오전 대전시 동구 한 초등학교에서 개학을 앞두고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코로나 19 확산에 대비한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 대전시 동구 한 초등학교에서 개학을 앞두고 방역업체 관계자들이 코로나 19 확산에 대비한 소독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비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전국 유치원과 초ㆍ중ㆍ고등학교 개학이 일제히 연기되면서 저학년 자녀를 둔 맞벌이 가정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가 돌봄 서비스에 공백이 생기지 않게 세심한 대책을 세운다고 하지만, 당장 개학이 연기되면 유치원이나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맡길 곳을 찾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다. 직장인 부모들이 육아를 위해 눈치보지 않고 휴가를 쓸 수 있게 정부와 기업이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3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의 개학 연기 방침이 발표되자 맞벌이 부모들 사이에선 “당장 애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막막하다”는 푸념이 쏟아지고 있다. 초등 저학년 자녀를 둔 직장인 A(41)씨는 “지금도 부부 둘이 직장 때문에 방학 기간 내내 아이를 학원에만 보내며 사실상 방치하는 상황”이라며 “개학까지 연기되면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특히 유치원생 자녀를 둔 부모들의 걱정이 크다. 학부모 B씨는 “아이가 초등학생만 돼도 집에 혼자 둘 수 있지만 유치원생은 그럴 수 없지 않느냐”며 “일단 회사에 사정을 얘기하고 남편과 번갈아 가며 휴가를 내려고 한다”고 했다.

개학이 연기되면 아이를 돌보기 위해 휴가라도 내야 할 판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유은혜 교육 부총리가 이날 대책을 발표하면서 "가족돌봄휴가제를 각 기업에서 잘 지원할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지원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지만, 학부모들은 현실성에 고개를 갸웃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부모들의 원성이 크다. 300인 이하 사업장에 다니는 직장인 C(38)씨는 “대기업이라면 몰라도 아이 돌본다는 이유로 휴가를 내 줄 직장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라고 볼멘 소리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왕태석 선임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범정부대책회의에 참석하고 있다.왕태석 선임기자

때문에 보다 돌봄휴가 등에 대한 보다 실효성 있는 대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한감염학회 등 의학관련 단체들이 속한 ‘범학계 코로나19 대책위원회’는 지난 22일 대정부ㆍ국민 권고안을 통해 “돌봄을 위해 부모가 쓰는 병가로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방안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한 적이 있다. 장하나 정치하는 엄마들 활동가는 “고용부가 각 기업에 돌봄휴가제를 장려할 수 있지만 강제 수단이 없으면 실제 적용으로 이어지기 쉽지 않다”면서 최근 대만에서 돌봄휴가를 쓰지 못하게 하는 사업주에게 하루 1,200만원의 벌금을 부과한 사례를 들어 보다 강력한 대책을 주문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맞벌이 부모들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대책을 내놓은 것 아니냔 비판론도 나온다. 정부는 학원 감염을 우려해 휴원 조치 권고까지 한다는 계획이지만,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더 큰 한숨이 나온다. 경기 동탄시의 학부모 D씨는 “아이들이 학원까지 가지 않으면 PC방 등 말곤 갈 데가 없을 텐데 오히려 더 위험에 노출시키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개학이 더 늦춰질 가능성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경기 오산의 한 학부모는 “지금 사태가 상당히 안 좋은데 과연 일주일 연기로 해결될지 의문”이라며 “물론 정부의 개학 연기 방침에 동의하긴 하지만 맞벌이 부부 입장에서 개학 연기 조치가 2~3주로 길어지면 정말 한 사람은 직장을 그만둬야 할 만큼 막막한 상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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