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ㆍ석유화학 등 방역 비상… 경주서 숨진 40대는 현대차 협력사 소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국내 최대 산업도시 울산에서도 발생하면서 수천~수만 명의 직원들이 한 공간에서 근무하는 이 지역 대기업에 비상이 걸렸다. 신종 코로나 집단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대구ㆍ경북에선 삼성전자 구미사업장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아 공장 가동이 24일 오전까지 전면 중단되는 등 생산 차질이 현실화하고 있다.
◇수만 명 근무 울산 사업장 초긴장
23일 업계에 따르면 협력업체를 포함해 2만7,000여명이 근무하는 현대중공업은 24일부터 울산 본사 출입문 7곳에 열화상 카메라를 설치한다. 이전까지 면회실에만 있던 카메라 배치를 확대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일반인 방문을 전면 통제하고 사업장 내 단체 활동도 금지했다. 지금까지 권고 사항이던 전 직원 마스크 착용도 의무화했다.
3만여 명이 근무하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도 다르지 않다. 특히 21일 경북 경주에서 숨진 뒤 코로나 양성 판정을 받은 자동차 부품업체 직원이 차랑용 프레임 등을 현대차 울산 공장에 납품하는 1차 협력사 소속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경계의 끈을 더욱 죄고 있다. 현대차는 이 업체로부터 납품 받은 부품에 방역 작업을 했고 앞으로도 방역 과정을 거친 부품만 공장 안으로 들인다는 계획이다.
자동차 공장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근로자들이 줄지어 근무하는 특성상 확진자가 나오면 감염 확산 속도가 빠를 뿐 아니라 공장 전체가 멈출 수 있다. 또 현대차 울산공장에만 하루 2만여 대의 부품 차량이 오가기 때문에 방역 강화는 필수다. 현대차는 코로나 사태 초기부터 모든 공장 출입문에 열화상 카메라를 배치해 전 근로자를 대상으로 출퇴근 시 체온을 확인하고 있다.
공정 특성상 공장을 세워선 안되는 석유화학 업계의 긴장감도 크다. 생산라인을 며칠 정지했다가 다시 조립을 시작할 수 있는 일반 제조업과 달리 석유화학 제품은 공정을 멈추면 파이프 안에서 굳어버리기 때문에 생산 공장에 코로나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울산에 있는 대부분 석유화학 기업들은 사업장 내 공장과 구내식당은 물론 통근버스를 탈 때도 직원들의 체온을 측정하고 있다. 해외여행이나 국내 확진자 발생 지역을 다녀온 직원들을 14일간 격리 조치하는 기업도 있다.
◇대구 경북은 공장폐쇄 현실화
대구ㆍ경북 지역은 국내 ‘전자산업 메카’ 구미 지역부터 사업장 폐쇄 우려가 현실로나타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날 구미2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1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자 즉시 접촉한 동료들을 자가 격리하는 등 모든 직원을 조기 귀가시킨 뒤 사업장을 폐쇄했다. 구미2사업장은 24일 오전, 그 중 확진자가 근무한 층은 25일 오전까지 폐쇄하고 정밀 방역을 실시할 예정이다. 구미2사업장은 삼성전자의 국내 유일 휴대폰 생산기지로, 갤럭시Z플립 등 최근 출시된 신제품도 이곳에서 생산된다. 삼성전자는 “주중 추가 조업을 진행하면 공급 차질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23일 공개된 구미시의 두 번째 확진자(여성)의 경우 동거 중인 남자친구가 도레이첨단소재 구미1공장에서 협력사 직원으로 근무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도레이첨단소재는 이 직원을 자가격리 조치하고 검사 결과를 기다리는 한편 해당 사업장에 대한 방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구미 국가산업단지에는 이들 회사 외에도 삼성SDI, LG전자,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이 입주해 있다. LG전자는 앞서 21일부터 대구ㆍ경북 지역 출장을 연기하거나 화상회의로 대체하고 있다. LG 계열사들은 대구에서 출퇴근하는 구미공장 직원 중 지역 확진자와 같은 장소를 방문한 이력이 있는 사람은 재택근무를 하거나 공가를 내도록 했다.
대구ㆍ경북 지역에는 자동차 부품업체들도 몰려 있다. 현대ㆍ기아차만 해도 1차 협력업체 300여곳 중 20%인 60여곳이 이 지역에 집중돼 있다. 중국발 부품공급 충격이 수그러드는 시점에 다시 코로나가 확산한 것에 대해 자동차 업계는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구ㆍ경북 지역 부품업체가 멈추면 중국에서 부품 수급이 끊긴 것과 똑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며 “국내 완성차 업체가 모두 영향을 받는다고 보면 된다”고 걱정했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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