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신자 중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진 환자가 상당수 나오면서 경기 과천 신천지 본산 주변의 다중이용시설에 비상에 걸렸다. 특히 신천지 교인들이 포교 활동을 위해 신분을 속이고 다른 종교기관을 활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번지면서 인근 교회와 성당은 비상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23일 찾아간 경기 과천 과천성당은 입구에서부터 외부인을 통제하는 분위기였다. 오직 과천성당에 교적을 둔 신자들만 판공성사표를 갖고 와야 미사에 참여할 수 있었다. 과천성당 관계자는 “시청으로부터 열감지화상카메라를 대여해 실시간으로 온도를 체크하고 있다”면서 “사람들 손이 닿는 성수 역시 임시 폐쇄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도 뿐만 아니라 미사를 집전하는 신부도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성가를 부르지 않는 엄숙한 상태로 미사가 진행되었다.
아예 주말 미사 자체를 줄인 성당도 있었다. 과천 신천지 교회에서 불과 100m 밖에 안 떨어진 과천 별양동 성당은 평상시 총 다섯 번의 주말 미사를 진행하는데, 코로나 19 확산 방지와 인근 신천지 신도들의 출입을 통제하기 위해 오전11시 오후4시 단 두 번만 미사를 진행하기로 22일 급하게 결정했다.
감염의심이 있는 ‘신천지 추수꾼’ 활동에 대한 공포는 주말 종교시설을 찾는 신자 숫자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경기 수원교구 관계자는 “과천 성당은 평균 교중미사 참여자가 평균 450명에서 172명, 별양동 성당은 주말미사 통합 1,000명에서 160명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신천지 포비아’에 과천 관내 종교시설 뿐만 아니라 상권 역시 된서리를 맞았다. 과천 신천지 교회와 같은 건물을 사용하는 이마트 과천점은 ‘과천시청의 권고를 받아들여 23일 임시휴점을 결정했다”는 안내문이 부착되어 있었다. 건물 내 다른 의료기관, 상가들도 일부 휴업에 돌입했다. 박막춘(87) 씨는 “8층에 있는 안과를 가려고 왔는데 막상 와보니 무서워서 못 가겠다”며 다른 병원으로 발길을 돌렸다. 과천 신천지 교회가 있는 건물 뿐만 아니라 다른 건물들도 마찬가지였다. 인근 건물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정호민(47)씨는 “확진자가 다녀오지 않았음에도 21일 건물 전체에 방역을 실시했다”면서 “마스크를 쓰고 일하지만 사람들이 불안해서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복지시설, 문화시설 등 다중이용시설들 역시 무기한 휴관에 돌입했다. 과천도시공사는 ‘코로나 19 확산 예방을 위해 시민회관, 관문실내체육관, 문원게이트볼장 등 별도 공지가 있을 때까지 무기한 휴관에 돌입한다’고 했다. 10년째 과천시민회관에서 운동을 하는 최기호(33)씨는 “2주일 정도 운동을 못해서 답답하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라며 “차라리 안 먹고, 안 입는 게 외출하는 것 보다는 나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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