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이 긁힌 정도의 경미한 교통사고라고 해도 차에서 내려 상태를 확인하는 식의 사후 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뺑소니’로 처벌 받을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도로교통법상 사고후 미조치 등 혐의로 기소된 황모씨에게 일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춘천지법 강릉지원으로 돌려보냈다고 23일 밝혔다.

황씨는 2018년 5월 강원 삼척에서 덤프트럭을 운전하던 중 차선을 변경하다가 옆 차로의 승용차 뒷부분을 들이받은 뒤 현장을 떠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사고로 피해자들은 2주의 치료가 필요한 부상과 380만원의 수리비가 발생했다.

[저작권한국일보]뺑소니삽화-박구원기자/2020-02-23(한국일보)

황씨는 “사고가 난 줄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1심은 황씨의 혐의를 모두 유죄로 보고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당시 사고가 경미했고 “교통상의 위험이나 장해가 발생했음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사고후 미조치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고로 인해 긁힌 정도의 흔적이 있을 뿐 파편이 도로에 떨어져 나오지도 않았고, 피해자들도 직후에는 사고 발생사실을 알지 못해 피고인의 차량을 추격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황씨가 사고를 인식하고도 정차하지 않고 그대로 운전해 도주했다”며 유죄 취지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피해차량 운전자가 실제로 피고인의 차량을 추격하지 않았다거나 그 추격 과정에서 교통상의 구체적 위험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고로 인한 교통상의 위험과 장해가 발생한 걸로 보인다”며 “피고인으로서는 그러한 위험과 장해를 방지ㆍ제거해 원활한 교통을 확보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판결 배경을 설명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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