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이용객 줄고, 지하도 이용객 반토막
명동지하쇼핑센터 상인 “매출 95% 줄어”
주말 오후 특정 통로 상가 50% 문 닫아
서울시, 상가 8월까지 임대료 유예, 관리비 감면 추진
주요 건물들과 건물, 지하철역, 쇼핑센터 등을 땅 밑에서 연결하고 있는 서울 한복판의 지하보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공기 순환 시설을 갖췄다고는 하지만 지상보다는 탁하고, 불특정 다수가 이용하는 만큼 행여 감염에 노출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 탓이다. 눈, 비가 내리거나, 찬바람 부는 날 안전하고 따듯한 통로 이미지는 어느새 퇴색했다.
주말 저녁이던 지난 22일 오후 7시, 서울 중구 명동지하쇼핑센터. 여느 때 같았으면 시민들과 외국인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던 곳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신천지교회 신도들을 통한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을 때다.
롯데백화점으로 연결되는 지하도 한 켠에서 가방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조모씨는 “메르스(MERSㆍ중동호흡기증후군)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며 “살다 살다 이렇게 썰렁한 주말 저녁 풍경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 매장은 매출이 95% 감소했다.
그 상가 맞은편으로는 간판 불을 끈 상가들이 수두룩했고,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으로 연결되는 지하도에는 행인이 ‘전무’한 순간들이 빈번하게 포착됐다. 통로 양쪽으로 늘어선 80~100호 가게 20곳 중 12곳은 문을 닫았다. 남은 가게들도 계속 불을 밝히고 있어야 할 이유가 없는 주말 오후였다. 상인들의 한숨이 썰렁한 지하공간을 채웠다.
신종 코로나의 지역확산에 따른 ‘지하 공동화’는 비단 이곳만의 현상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외출을 꺼리는 데다 지하철 이용도 기피하면서 유동인구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직장인 김은영(가명ㆍ37)씨는 “신종 코로나로 날이 추워도 지하보단 지상으로 이동하게 된다”며 “지인 중엔 출퇴근에 지하철 이용이 부담돼 카풀(차 함께 타기)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지하철 이용객 수도 급감했다. 이달 들어 일요일(2, 9, 16일)의 지하철 1~8호선 평균 이용객은 335만명으로, 확진자 발생 전인 지난달 같은 기간 427만명 대비 92만명이나 줄었다.
이에 따라 일부 지하도 상가는 주말 이용객이 반토막 났다. 서울시의회 김기대 의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시내 A지하도 상가의 토ㆍ일 유동인구는 1만2,358명을 기록했는데, 신종 코로나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오기 전인 1월 둘째 주 주말(2만1,767명)에 비하면 43%나 감소한 것이다. 사물인터넷 기반 서울시 유동인구 측정 시스템 분석에 따른 결과다.
시민들이 외출을 자제하고, 지하도 이용을 꺼리면서 지하상가 상인들이 경영난에 허덕이자 서울시는 23일 지하도 상가 상인들을 위한 임대료 납부 시기를 연기해주기로 했다. 관리비도 8월까지 한시적으로 일부 감면키로 했다. 강남터미널, 영등포로터리, 종각, 을지로, 동대문, 잠실역 등의 지하상가 1,761개가 대상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신종 코로나로 시민들이 좀처럼 지하 공간으로 내려오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태가 또 다른 사회적 재난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앞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에게 임대료를 감면해 줄 수 있도록 공유재산법 시행령 개정을 지난 14일에 행정안전부에 건의했다.
글ㆍ사진 양승준 기자 come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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