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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오면 주님이 병 고쳐줘” 야외집회 강행한 범투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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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오면 주님이 병 고쳐줘” 야외집회 강행한 범투본

입력
2020.02.23 16:05
수정
2020.02.23 20:38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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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외선 감염 안돼” 이틀간 집회 

 대구서 상경한 참가자도 많아 

 “신천지와 다를 것 없어” 여론 싸늘 

 경찰 “영상 분석해 사법처리” 

[저작권 한국일보]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에서 대구에서 온 참가자들이 지역을 알리는 깃발을 들고 있다. 김현종 기자/2020-02-22(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 집회에서 대구에서 온 참가자들이 지역을 알리는 깃발을 들고 있다. 김현종 기자/2020-02-22(한국일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하야범국민투쟁본부’(범투본)가 주말 이틀 동안 광화문 집회를 강행, 비난의 목소리가 쇄도하고 있다. 심지어 범투본은 서울시의 집회 금지 조치도 무시한 채 대규모 야외 집회를 강행, 시민 안전을 위협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범투본은 22일과 23일 이틀 연속 서울 종로구 광화문 광장에서 ‘현 정권 퇴진 범국민대회’를 열었다. 앞서 서울시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도심 집회를 금지하면서 우리공화당과 민주노총 산하 공공운수노조 등은 주말 집회를 취소했지만 범투본만 집회를 강행했다.

범투본이 집회를 강행한 22일 광화문 광장과 인근 4개 차로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범투본 집회 참가자들로 가득 찼다. 이튿날에도 비슷한 규모로 집회가 열렸다. 전 목사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를 무시한 채 “임상적으로 확인된 바에 의하면 야외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한다” “광화문 예배에 온 여러분은 진짜 기독교인이다. 오히려 걸렸던 병도 낫는다" “여러분 중 바이러스 걸린 사람이 있느냐. 그럼 다음 주에 다 예배에 오라. 주님이 다 고쳐주실 것”이라고 주장하며 참가자들을 독려했다.

시위 현장에는 최근 확진자가 급증한 대구에서 상경한 이도 적지 않았다. 대구에서 왔다고 밝힌 한 참가자는 “집회에 참가하지 말라는 지시를 전혀 못 들었다”며 크게 문제될 것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저작권 한국일보] 이날 박원순 시장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범투본 집회 현장 방문을 한 후 나가고 있다. 김현종 기자/2020-02-22(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 이날 박원순 시장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에서 열린 범투본 집회 현장 방문을 한 후 나가고 있다. 김현종 기자/2020-02-22(한국일보)

다만 주말 집회 참가자 수는 평소의 3분의 1 수준에 그쳤다. 그래도 집회를 강행한 범투본을 향한 시민들의 여론은 싸늘하다 못해 분노로 가득했다. 시민 황준원(35)씨는 “집회에 참석한 사람 중 혹시라도 감염자가 있을 경우 수많은 사람이 감염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인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집회를 강행한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인터넷에서도 ‘범투본이나 집단 감염을 촉발한 신천지와 뭐가 다르냐’는 반응이 쏟아졌다.

전문가들도 대규모 집회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야외여도 붙어 앉아 있고 지역에서 올라올 때 단체버스를 이용할 텐데 이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전파할 우려가 충분히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주말 집회서도 참석자 대부분 마스크를 끼고 있긴 했지만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있었고, 쌀쌀한 날씨 때문인지 헛기침을 하는 이들도 쉽게 눈에 띄었다. 광화문 광장 인근 상인은 “참가자 대부분 고령자였는데 최근 코로나에 감염된 이들 상당수가 고령자인데 참가가 중 한 명이라도 감염되면 범투본이 책임질 거냐”고 비판했다.

종로구청은 22일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범투본을 고발하면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가 21일 집회 금지 조치를 통보했음에도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감염병 예방 및 관리법 제49조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은 감염병 예방을 위해 집회를 제한할 수 있다.

서울경찰청은 범투본 고발 직후 수사에 착수했다. 서울청 관계자는 “코로나19 전염 우려에 따른 서울시의 집회 금지 조치에도 강행된 집회에 대해 집회영상 등 자료를 분석 중”이라며 “향후 관련자들을 엄정 사법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범투본은 법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다음 주말인 이달 29일과 다음 달 1일 집회를 이어갈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김현종 기자 bell@hankookilbo.com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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