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도대남병원 간호사 4명 확진… 의료진 감염 확산, 2차 감염 위험에 진료 공백 ‘최악 시나리오’ 
 
21일 오전 환자이송요원 중 1명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서울 은평성모병원에서 관계자가 휴진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로 성큼 다가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가운데 의료진이 나오면서다. 환자와 밀접 접촉하는 의료인의 감염은 2차 감염 가능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치료 공백 발생으로 의료시스템을 붕괴시켜 감염병 확산 방지에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의료진이 더 이상 감염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는 일이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절대 변수가 됐다는 지적이다.

21일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경북 청도군 청도대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폐쇄병동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4명이 신종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의료진이 확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의학계에서는 의료진 감염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면역력이 취약한 환자들이 많은 병원에서 감염된 의료진과 밀접 접촉이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해 2차 감염 위험이 적지 않은 데다, 격리로 인한 의료진 이탈로 감염병은 물론 다른 중증 환자들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29번째 환자(82ㆍ남성)가 다녀간 고려대 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는 지난 16일 폐쇄됐다가 19일 재개됐지만 의료인력 부족으로 애를 먹고 있다. 응급의학과 교수, 전공의(레지던트, 인턴), 간호사 등 모두 43명이 여전히 자가격리된 여파다.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한 대구에서는 경북대병원, 영남대병원이 확진자 내원한 뒤 소독을 위해 폐쇄되는 등 치료 기능이 곳곳에서 끊기는 실정이다. 권성택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회장(서울대병원 성형외과)은 “신종 코로나 같은 감염병에 의료진이 격리조치를 당하면 환자를 치료할 의료인력이 부족해 신종 코로나는 물론 당장 수술을 해야 할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문제에 봉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신종 코로나 발원지 중국 후베이성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속출한 것도 의료진 감염에 따른 의료시스템 붕괴 탓이라는 게 중론이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후베이성의 신종 코로나 확진자는 6만2,662명이며 사망자는 2,144명에 달한다. 전체 확진자 및 사망자와 비교하면 각각 82%와 95%를 차지한다. 이 지역에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확진자와 속출하는 사망자는 ‘환자 확산→의료진 감염→의료진 격리→치료 공백→의료시스템 붕괴’의 연쇄 반응 때문이다. 신종 코로나 이외 다른 중증 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해 사망한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의료계의 관측이다.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우한에서 의료진이 대거 감염돼 환자를 제대로 치료하지 못해 사망자가 급증한 것처럼 의료진 감염 문제는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에서 절대적 변수”라고 진단했다.

대구ㆍ경북에서 신종 코로나가 광범위하게 확산되는 등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된 이상 의료진 부족은 자칫 걷잡을 수 없는 상황에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신종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 의료진의 피로도가 축적돼 면역력 저하로 확진 환자에게 감염이 될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치중 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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