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통합당 출범식이 열린 지난 1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출범식 행사장 입구에 문재인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의 화환(왼쪽 사진)이 놓였으나 일부 지지자에 의해 이름이 적힌 팻말이 떼어져 있다(오른쪽 사진). /연합뉴스

미래통합당의 전신 격인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막장공천’ 실상은 박근혜 전 대통령 공천 개입 사건 1심 판결문에 상세히 적혀 있다. 먼저 친박계 인사들의 유리한 출마 지역 확인을 위해 120여회에 걸쳐 불법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이를 토대로 공천시킬 ‘친박 리스트’ 명단을 만들어 당에 보냈다. 게다가 친박계 후보 선거전략도 짜주고 연설문까지 만들어줬다. 모든 과정을 보고받은 박 전 대통령은 특별히 두 가지를 지시했는데, 자신의 지역구인 대구 달성군에 공천시킬 인물 지정과 “유승민을 배제하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 당시 새누리당은 청와대의 하수인에 불과했다. 현기환 청와대 정무수석이 김무성 대표를 찾아와 당 대표 몫인 공천관리위원장에 “할매가 이한구 시키라고 한다”고 하자 군말 없이 받아들였고 ‘친박 공천 리스트’도 그대로 수용했다. ‘100% 국민공천제’ 약속은 친박계에 유리한 공천 규칙으로 둔갑했다. 막판에 김 대표가 부당 공천에 반발해 ‘옥새파동’을 일으켰으나 하루 만에 투항했다. 이런 부끄러운 모습을 간직한 통합당이 과거를 너무 빨리 잊어버렸다. 지난 18일 문재인 대통령을 청와대 ‘선거 개입’ 의혹으로 고발하겠다고 밝혔는데 “4년 전의 ‘막장 드라마’ 사과부터 하라”는 반응이 나온다.

▦ 민주당의 임미리 교수 칼럼 고발 사태에 대해 ‘표현의 자유 억압’이라는 통합당의 주장도 ‘내로남불’이다. 자유한국당 시절 비판 언론에 대한 고소ㆍ고발과 언론중재위 제소는 수백 건에 달한다. 불과 몇 달 전엔 ‘편파보도 언론사 출입금지’ 방침을 밝혔다가 뭇매를 맞았다. 비판 언론사에 사사건건 소송으로 재갈을 물린 건 보수 정권 때다. 고(故)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이 남긴 비망록에는 박 전 대통령이 비판 보도에 “끝까지 밝혀내야. 본때를 보여야. 열성과 근성으로 발본색원해야”라고 지시했다고 쓰여 있다.

▦ 통합당이 총선 1호 공약으로 내세운 ‘검찰 인사독립’은 바람직한 방향이지만 그리 미덥지 않다. 참여연대가 2017년 펴낸 ‘박근혜 정부 검찰보고서’에는 “정권 초기에는 김기춘ㆍ홍경식ㆍ황교안이, 후반에는 우병우ㆍ황교안 라인이 검찰을 장악해 검찰을 망치는 데 기용됐다”고 밝혔다.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9년을 거치며 검찰 내부는 ‘눈치 보기’가 체질화됐다. 문재인 정권 비판은 야당으로서 당연한 일이지만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와 공정ㆍ정의의 수호자인 것처럼 행세하는 것은 볼썽사납다.

이충재 수석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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