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발견ㆍ치료 목표… 검사ㆍ입원 거부 땐 경찰수사까지 염두
전국 검사기관 100곳으로 확대, 동네의원 원격진료 한시적 허용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환자가 전국 곳곳에서 확인되면서 보건당국 방역대책의 초점이 사망자 등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다. 이제까지의 방역전략은 해외에서 유입된 감염자들과 그들의 접촉자 및 2차 감염자를 신속히 찾아내 격리, 바이러스가 국내에 발붙이지 못하게 하는 봉쇄전략이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의 대구 지역 유행을 기점으로 역학조사 능력이 감염자 확산 속도를 따라잡기 어렵게 되면서 봉쇄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앙정부와 보건당국 발표를 종합하면 국내 곳곳에서 발생하는 환자를 조기에 찾아내고 치료해 사망자를 최소화하는 게 최대의 방역 목표로 떠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는 21일 이러한 전략 변경을 공식화했다. 신종감염병 중앙임상위원회를 비롯해 정부 안팎의 전문가들이 연초부터 꾸준히 도입을 전망해 왔던 ‘피해 최소화 전략’이 정부 정책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중수본 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로나19의 해외 유입 차단은 여전히 중요한 과제”라면서도 “지역사회 전파에 대처하는 방역대응 체계를 병행해 구축하겠다”라고 밝혔다. 전날 방역 최고 책임자인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지역사회에서 집단발병이 발생했기 때문에 현재는 기저질환이 있는 환자 등 취약계층의 사망, 중증도를 낮추는 피해 최소화 전략을 같이 구현해야 할 단계”라고 밝힌 데서 한 발 더 나아간 것이다.
먼저 보건당국과 경찰은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이 신천지 대구교회 예배와 청도 대남병원에서 이뤄진 장례식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지시한 것과 관련해 공권력을 동원한 강경한 지시 이행에 나설 것을 분명히 했다. 경찰은 신천지 신자 중 신종 코로나 확진환자 및 의심환자의 동선 추적을 진행 중이며 자택ㆍ시설 격리를 지원하고 신종 코로나 검사나 입원 명령을 거부하는 사례가 발생할 경우 수사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경찰청 관계자는 “보건당국 요청이 있다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의심환자에 대한 검거 및 수사에 착수할 수 있다”며 “감염 의심자가 검사를 거부할 경우엔 직접 보건소 등에 데려다 검사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방역전략의 변화에 맞춰 고위험군을 먼저 찾아내는 활동도 진행된다. 현재 대구 지역에 입원한 폐렴환자 전원을 대상으로 확진검사가 시행된다. 정부는 이 지역에서는 당분간 불필요한 1회성, 이벤트성 행사는 자제하는 한편, 노인 등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밀폐된 장소에서 이뤄지는 행사를 연기하도록 권고했다.
이밖에 환자 급증에 대비해 계명대 동산병원 일부 병상에 확진환자를 수용하는 한편, 대구의료원 등 감염병 전담병원을 추가로 지정해 예비용 병상을 확보한다. 병상이 부족할 경우 인근 지방자치단체의 병상을 활용하고 또 국군대전병원과 국립중앙의료원도 신종 코로나 환자를 수용한다. 이미 병원 내에서 확진환자 16명이 발생한 청도대남병원의 경우, 환자와 종사자 500여명 전원에 대해 확진검사를 시행하는 한편, 환자가 발생한 정신건강의학과 병동의 다른 입원환자는 검사에서 음성이 확인되면 국립부곡정신병원으로 전원한다.
전국적으로도 새로운 방역전략을 적용한다. 환자를 일찍 발견하기 위해 환자에서 채취한 검체를 검사하는 기관을 20일 기준 77곳에서 3월까지 100곳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하루에 검사 가능한 물량도 현행 5,000개에서 3월 말까지 1만3,000개로 점차 확대한다.
신종 코로나 증상이 경미해 발병을 자각하지 못한 경증환자들이 동네의원을 찾았다가 다른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경우를 예방하기 위해 1차 의료기관의 전화를 통한 상담과 처방(원격진료)도 한시적으로 허용한다. 동시에 2차 의료기관은 경증환자를 돌보고 대학병원 등 3차 의료기관은 집중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를 나눠 맡아 사망자를 줄이는데 집중한다. 윤태호 중수본 총괄반장은 “경증 환자는 꼭 음압격리병상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특정 조건을 갖춘 1인실에 머물 수 있고 이러한 지침은 대구에서 이미 적용 중”이라고 덧붙였다. 환자 중증도와 의료기관 규모에 따라 처치 수준이 달라질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전문가들 가운데서는 환자가 전국적으로 발생하면 경증환자는 집에서 자가격리하면서 증상이 나아지길 기다리는 시기가 올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신지후 기자
김민호 기자 km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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