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당선된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

72년 역사상 첫 직선 선출

허주형 대한수의사회 회장은 2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처럼 약사들이 일반 약국에서 동물 약을 판매하는 것은 인수 공통 전염병의 감염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박형기 인턴기자

“동물 약 판매는 지금처럼 일반약국이 아닌 별도의 사업장에서 판매되는 게 사람에게도, 동물에게도 유리합니다.”

허주형(54) 대한수의사회 회장은 21일 한국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인수 공통 전염병 확산 예방 차원에서 사람 약과 동물 약의 판매 장소를 구분할 필요가 있다”며 “수의사업계의 이 해묵은 과제를 임기 중에 반드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달 3년 임기를 시작하는 그를 만나 국내 최대 수의사 집단인 대한수의사회 운영 방향에 대해 들었다.

지난달 15일 대한수의사회 72년 역사에서 직선제로 첫 실시된 선거에서 그가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약은 약사에게, 동물 진료는 수의사에게.’ 동물 진료의 주체는 수의사라는,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지만, 이 구호가 수의사들의 지지를 받았던 것은 현실이 그렇지 못한 탓이다.

대표적인 예가 동물 약 판매가 동물 관련 법이 아닌 약사법 하위에 있는 ‘동물용 의약품 취급 규칙’에 따라 이뤄지고 있는 점. 허 신임 회장은 “그러다 보니 일반 약사들이 약국에서 동물 약을 팔고 있다”며 “사람이나 동물이 면역에 떨어졌을 때 감염 우려가 높은데 약국 내에서 동물 약을 처방하는 것은 인수 공통 전염병의 관점에서 봤을 때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약국에서 농약을 팔았지만 지금은 금지된 것처럼, 약국에서도 미연에 전염병 방지 차원에서 동물 약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동물 약과 사람 약 판매소의 분리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동물 복지와 국민건강권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벽이 높다. 현재 약사 중심의 체계를 바꾸려면 모법인 약사법을 개정해야 하는데 우군이 없다시피 하다. 그는 “법을 바꾸려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를 움직여야 한다”며 “하지만 소위원회에 약사 출신 의원들이 포진해 있어 문턱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사람 약과 동물 약의 판매 장소 분리가 이권 다툼으로 비춰지는 상황에서 비약사 출신 위원들을 설득하는 것도 쉽지 않은 이유다.

‘동물의료발전위원회’ 설치 계획도 이 같은 현실 인식에서 나왔다. 체계적인 연구를 통해 보다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우선 그는 반려동물에 대한 항생제 처방을 줄이는 방법을 찾는다는 계획이다. 그는 “반려동물의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보통 수십만원의 비용이 든다”며 “주인들이 부담을 표할 경우 수의사들은 항생제를 사용할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항생제 남용으로 동물에 내성이 생기면 인간에게도 전염될 확률이 높아지는 만큼, 반려동물에 대한 항생제 처방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반려동물이 좋아 수의사가 됐지만, 그의 마음과 같지 않은 요즘 반려동물 주인들에 대한 불만도 털어놨다. 그는 “유기견 네 마리 중 세 마리가 1~5세의 어린 개들이고, 대부분 멀쩡하다”며 “결국 주인들이 키우기 힘들어 버린, 주인의 ‘변심’에 따른 현상”이라고 꼬집었다. 이 같은 동물 학대를 방지하기 위해 그는 지자체 교육이나, 동물병원에서의 반려동물 주인 교육을 제안했다.

허 회장은 지난 1992년부터 인천에서 운영해 온 동물병원을 최근 휴업했다. 수의사회 발전에 전력투구하기 위한 것이긴 하지만, 만에 하나 생길지 모르는 ‘대한수의사회’ 회장 자신의 의료사고가 수의사회 전체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3년 동안의 수입을 포기했지만 우리 수의사들이, 수많은 반려동물들이 또 그 주인들이 행복하고 더 건강해진다면 그게 무슨 대수겠습니까?” 수의사회에 따르면 국내 반려동물 인구는 1,000만에 이른다.

배성재 기자 pass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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