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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톡방담] “일 키운 건 민주당” 칼럼 고소에 금태섭 찍어내기 뒷수습이 영

입력
2020.02.22 11:0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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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당 ‘유감’ 표명후 임미리 교수 공격 

 이낙연 빠른 사과ㆍ이해찬은 무대응 

 선대위 ‘투톱’ 리더십은 정반대 

김남국(왼쪽) 변호사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김남국(왼쪽) 변호사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연합뉴스 자료사진

더불어민주당이 4ㆍ15 총선을 앞두고 잇따른 악재에 고심하고 있다. 자초한 측면이 없지 않다. ‘민주당만 빼고’라는 제목의 칼럼을 쓴 임미리 고려대 연구교수와 이를 게재한 경향신문 고소가 대표적이다.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던 민주당이 오만에 빠져 당이 추구하는 가치를 헌신짝 버리듯 버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와중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우호적이었던 김남국 변호사가 조국 사태 후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던 금태섭 의원 지역구(서울 강서갑)에 도전하려다 된서리를 맞았다. 이해찬 당 대표의 리더십 문제까지 제기되고 있다. 민주당 상황과 지켜보는 야당의 반응 등을 알아보기 위해 본보 국회팀 기자들이 모였다.

나를 돌아봐(돌아봐)= 민주당이 발끈한 임미리 교수의 ‘민주당만 빼고’라는 칼럼 내용이 도대체 뭔가요.

연두 담쟁이(담쟁이)= 제목부터 참 세디 세죠. 칼럼 고소 사태가 수면 위로 부상하기 이전부터 여의도 정가 주변에서 회자된 글이었어요. 촛불의 힘으로 집권한 현 정권과 민주당의 처신이 상당히 문제적이라는 주장이 골자예요. 임 교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인사 문제를 지적하는가 하면 촛불집회의 성과로 집권해 놓고도 민주당이 재벌개혁 등에 적극적이지 않았다고 쓰는 등 시종 민주당을 지탄했죠. 결정타는 마지막 문장, “그래서 제안한다. ‘민주당만 빼고’ 투표하자”이지만요.

무가당만 빼고(빼고)= 저도 보자마자 ‘헉!’ 소리가 나왔어요. 물론 내용은 공감이 되는 부분도 군데군데 있지만요. 정권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한 대목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었고, 특히 우리가 늘 선거에서 ‘최선이 아니라 차악을 선택’했고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말은 사실이기도 하잖아요.

N0주황 오렌지= 제 주변엔 ‘조목조목 옳은 말’이라거나 ‘아주 시원하다’는 분들도 있었어요. 민주당이 민감하게 받아들인 대목은 마치 당이 촛불에 무임승차해 놓고 촛불시민들을 배신만 하고 있는 것처럼 묘사된 부분인 듯해요. 임 교수는 ‘죽 써서 개줄까 염려했는데’ 등의 표현으로 이 문제를 부각하거든요. 민주당으로선 이런 인식을 부당하다고 느낀 겁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피곤한 듯 눈 주위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피곤한 듯 눈 주위를 만지고 있다. 연합뉴스

돌아봐= 논란이 되자 민주당에서는 이해찬 대표도 고소 사실을 몰랐다고 하는데 누가 주도를 했나요.

여의도 거북이(거북이)= 고소장이 이 대표 명의로 나갔기 때문에 당장 화살은 이 대표에게 쏠렸어요. 하지만 최고위가 ‘그냥 문제가 있어 고소하기로 했다’는 구두 보고만 듣고 자세한 내용은 검토하지 못했다는 게 민주당 설명이에요. 이런 문제는 그간 주로 공보국과 대변인단에서 결정하고 최고위에는 간략한 보고만 해왔다고 하네요.

빼고= 아주 이해가 안되진 않아요. 선거운동 기간에 후보가 치열하게 경쟁할 때는 특정 후보 사진만 예쁘게, 다른 후보 사진은 너무 못나게 쓴다거나, 이런 편향이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든가 하면 바로 이의제기가 들어오잖아요. 언론사가 그렇게 편파적으로 하지 말라고 정한 게 공직선거법 8조(공정선거보도의 의무)고 논평도 여기에 포함되긴 하거든요.

돌아봐= 후폭풍이 거세지자 민주당이 고소를 철회했죠. 그런데 오히려 그 과정에서 해명이 또다시 논란이 됐는데요.

떡볶이처돌이(떡볶이)= 논란이 커지자 민주당은 고소를 철회하고 사과 입장을 내놓았는데요. 당 공보국이 문자메시지로 취소 사실을 공지하며 ‘유감’을 표명한 게 전부였습니다. 게다가 임미리 교수의 ‘안철수 캠프 출신’ 전력을 문제 삼으며 고소를 정당화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13분 뒤 문자를 한 번 더 보내서는 ‘안철수 캠프’ 출신을 ‘특정 캠프’ 출신으로 바꾼 게 끝이었습니다.

거북이= 사실 일이 커진 건 여기서부터였죠. 깔끔하게 ‘과도했다. 취소한다. 미안하다’ 하면 될 일을 ‘필자가 우리 쪽 사람이 아니라서 그런 거였어’ 같은 이상한 메시지를 다시 던진 셈이니까요.

담쟁이= 일이 거기서 끝났다면 차라리 나았을 텐데. 이후 민주당 일부 지지자들은 임 교수의 과거 이력을 다시 찾아 나섰어요. 한나라당(현 미래통합당) 출신으로 시의원에 출마했다거나, 어떤 칼럼을 썼다거나 하는 것을 찾아 공유하기 시작한 거죠. 임 교수가 이에 장문의 해명을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어요.

돌아봐= 칼럼 고소와 관련해 결국 이인영 원내대표와 서울 종로 선거에 나선 이낙연 전 국무총리가 사과를 했는데, 이해찬 대표는 언급이 없었습니다.

담쟁이= 그게 이해찬 리더십의 단점이자 장점이라는 게 당내 중론 같아요. 굳이 대중 친화적인 제스처를 보일 의향은 전무한 편에 가깝지만 할 일은 한다는 식인 거죠. 좋게 말하면 밖에서 뭐라 말하든 강단 있게 전략을 가지고 주어진 일을 해결한다는 거고, 안 좋게 말하면 버티기로 일관하며 갈 길을 간다는 거고요.

떡볶이= 이낙연 전 총리는 논란이 된 당일 밤 윤호중 사무총장에게 전화해 고발을 취소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고 합니다. 다음 날 부암동 일정에서도 “겸손함을 잃었거나 또는 겸손하지 않게 보인 것들에 대해서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논란이 커지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비판이 거세지자 먼저 사과한 것으로 보입니다.


돌아봐= 칼럼 고소 후폭풍이 몰아치는 와중에 금태섭 의원 찍어내기 논란까지 겹쳤습니다. 그건 또 무슨 일인가요.

거북이= 공교롭게 “민주당이 독선적”이라는 지적이 비등해질 때 금 의원의 수난이 시작됐어요. 금 의원은 민주당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주도하는 국면에서 꾸준히 우려 의견을 표명하고, 표결에선 기권표를 던졌잖아요. 정봉주 전 의원 등은 이를 공개 비난하며 금 의원 지역구에 경선 도전장을 냈고요. 정 전 의원이 예비후보 ‘부적격’ 판단을 받고 낙마하자 이 자리에 대표적 ‘조국 지지자’ 김남국 변호사가 등판했거든요. 당장에 ‘무슨 선거를 반(反)조국(금태섭) 대 친(親)조국(김남국)으로 치르려는 거냐. 정신이 있냐’는 우려가 폭풍처럼 쏟아졌죠.

담쟁이= 잠깐, 그런데 민주당은 지금 격한 손사래를 쳐요. 결코 김남국 변호사를 당이 투입하려고 한 적이 없다는 거예요. 총선을 앞두고 중도층 표심이 절박한 민주당 전체가 원하는 그림은 결코 ‘소장파 금 의원이 당 안에서 수난 당하는 모습’은 아닐 테니까요. 그래서인지 당은 결국 김남국 변호사를 강서갑이 아닌 다른 지역에 배치하겠다고 선언했어요.

돌아봐= 민주당의 이런 모습에 야당들 반응은 어떤가요.

여의도 고영희(고영희)= 통합당은 "결국 민주당이 조국을 버리지 못했다"며 공세수위를 높였습니다. 민주당이 '조국 수호 선거'를 치르려 한다는 프레임을 앞세워, 공정에 민감한 젊은 중도층의 이탈을 더욱 가속화하려는 전략으로 보입니다.

영등포청정수(청정수)= 보수통합을 발판으로 지지율 반전을 노리는 통합당은 말 그대로 '물 들어올 때 노젓기'를 실천하고 있습니다. 통합당은 논란이 된 14일부터 18일까지 논평 6건을 임미리 교수에 관해 내놓았습니다. 추미애 장관의 검찰 인사 및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 비공개 등으로 중도층 표심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에 추가 악재가 터진 터라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계산으로 보입니다.

돌아봐= 이런 논란이 두 달도 안 남은 총선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거북이= 두 가지 같아요. ‘큰일났다’는 반응과 ‘아직 50여일이나 남았는데 이런 건 사고도 아니다’라는 반응이에요. 오만과 독선 프레임은 정말 문제라는 공감대는 모두 있지만 선거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줄지 다 생각이 다른 거죠.

청정수= 아직 그 영향이 확연히 드러난 여론조사는 없지만 김남국 변호사 논란 같은 경우는 여파를 유심히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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