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열며] 아쉬움 남는 그린뉴딜공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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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아쉬움 남는 그린뉴딜공약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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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2.2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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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그린뉴딜 경제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주 정의당과 녹색당은 21대 총선 공약으로 ‘그린뉴딜 경제전략’과 ‘그린뉴딜’을 각각 발표했다. 두 공약은 다른 접근에도 불구하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여 경제ㆍ사회적 대전환을 추구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2018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의 특별보고서는 2030년까지 전 세계 탄소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감축하고 2050년까지 ‘순 제로’ 배출을 달성하지 못한다면, 치명적인 생태 위기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한 바 있다. 이후 세계 각국의 정부와 정치권에 탈탄소화 전환을 요구하는 기후 행동은 더욱 거세졌다. 두 정당의 공약은 그에 대한 응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린뉴딜 개념의 기원은 2007~0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 금융위기로 신자유주의의 한계가 드러나면서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해서는 시장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1930년대 대공황 시 미국 루스벨트 정부의 ‘뉴딜’ 같은 대규모 정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정부가 앞장서 탄소 배출 제한, 재생가능에너지 개발, 에너지 효율 개선 등 탈탄소화를 대대적으로 추진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일자리와 녹색사업 기회를 창출하고 재교육과 안전망을 제공함으로써 화석연료 탈피로 인한 실업과 지역경제 침체가 노동자와 시민에게 끼칠 피해를 상쇄하는 ‘그린뉴딜’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케인스주의적 개입과 경기부양책을 통해 탈탄소화, 녹색산업 확대와 고용 창출을 병행 추진하는 이러한 기획은 그러나 시장 개입에 부정적인 주류 경제학자들만이 아니라 시장주의를 비판해 온 기후정의운동에 의해서도 도전받았다. 기후정의운동은 기후 위기의 주원인이 자연과 인간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성장중심ㆍ추출적 정치경제 체제에 있으며 그에 내재한 사회ㆍ경제ㆍ환경 부정의가 기후 피해와 탈탄소화 비용을 불평등하게 전가하고 있다고 지적해 왔다. 기후 위기와 기후 부정의 모두 정치경제 체제의 근원적 개혁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와 거리를 두는 케인스주의적 그린뉴딜은 따라서 한계가 명확한 것으로 여겨졌다.

흥미로운 것은 최근 그린뉴딜의 재부상에 크게 기여한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즈의 그린뉴딜 결의안과 유력 대선 경선 후보인 상원의원 버니 샌더스의 그린뉴딜 공약이 기후정의운동의 문제의식을 적잖이 수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이들은 탈탄소화, 고용 창출과 재교육 등 안전망을 정부 주도로 강력히 추구하는 것을 넘어 그린뉴딜의 의미를 구조화된 사회ㆍ경제ㆍ환경 부정의를 근절하는 ‘정의로운 전환’으로 확장한다. 특히 샌더스는 무분별한 이윤추구가 기후 위기의 주범임을 명확히 하고 기후 위기 대응과 기후 정의 실현을 기업권력과 시장의 정치경제 지배력에 대한 제어와 직결시킨다. 그의 그린뉴딜이 탄소 배출 거래제와 같은 시장-기반 접근의 지양, 에너지의 공적 소유와 민주적 통제, 노동권 강화와 노동조합 조직 확대, 노동자와 저소득ㆍ유색인종ㆍ원주민 공동체의 주요 의사결정 참여 등 초기 그린뉴딜과 사뭇 다른 점을 보이는 것은 그 때문이다.

이처럼 그린뉴딜에는 다른 갈래가 존재하고, 그 분기점은 기후 위기, 기후 부정의와 정치경제 체제의 연관성을 어떻게 인식하고 접근하는가에 있다. 아쉽게도 정의당과 녹색당의 그린뉴딜 공약에서 이를 읽어 내기는 쉽지 않다. 세부 정책으로 눈길이 가지 않는 이유다. 물론 탈탄소화의 의지 자체를 의심받고 있는 현 정부의 기후 위기 대응과는 큰 차이를 보이며, 그 점은 평가되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답보다 질문이 더 많이 생긴다. 초기 그린뉴딜의 연장선에 있는 것인가? 기후정의의 관점은 수용되고 있는가? 기후위기와 불평등은 독립된 문제인가? ‘정의로운 전환’은 고용과 안전망 제공으로 국한되어야 하는가? 정의당과 녹색당뿐 아니라 그린뉴딜을 고민하는 모두에게 던져진 질문이다.

김상현 한양대 비교역사문화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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