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회]채용욱 대표 “AI와 VR로 뇌파 분석해 텔레파시 같은 게임 진행”

요즘 전세계 정보기술(IT) 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주제로 떠오르는 분야가 바로 사람의 뇌 연구다. 사람을 닮아가는 인공지능(AI)이나 로봇 등 미래기술은 물론이고 치매, 뇌 질환 정복 등 무병장수와 관련된 의료 분야에서도 뇌 연구는 필수다.

페이스북은 사람의 뇌파를 이용해 컴퓨터를 작동하는 뇌컴퓨터인터페이스(BCI)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으며 전기 자동차 ‘테슬라’로 유명한 일론 머스크가 투자한 뉴럴링크는 사람의 생각을 읽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 정부도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인 2013년에 뇌 연구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2025년까지 매년 5억 달러의 연구비를 투자하는 ‘브레인 이니셔티브’ 프로젝트를 수립해 뇌 연구를 하고 있다.

신생(스타트업)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뇌 연구와 IT를 접목하는 브레인테크 분야의 스타트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커널은 사람의 뇌를 클라우드에 그대로 복제해 뇌 질환 등을 연구하겠다고 발표해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저작권 한국일보]채용욱 룩시드랩스 대표가 직접 개발한 뇌파 측정 및 시선 분석 기기인 '링크'가 장착된 VR 헤드셋을 들어 보이고 있다. 금색으로 빛나는 원형 부분들이 뇌파를 감지한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생각만으로 물체를 움직인다” 초능력 같은 브레인테크에 도전

채용욱(38) 대표가 이끄는 스타트업 룩시드랩스는 뇌파를 연구하는 대표적인 국내 브레인테크 업체다. 이 업체는 머리에 쓰는 가상현실(VR) 기기로 사람의 뇌에서 나오는 전기적 신호인 뇌파와 시선을 AI로 분석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단순히 분석만 하는 것이 아니라 뇌파로 의료 진단, 게임, 영화 제작 등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 채 대표는 2018년에 ‘룩시드 VR’이라는 제품을 만들었다. 그는 기존 VR 기기에 연결해서 사용하는 이 기기로 2018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 CES에서 최고혁신상을 받았다.

채 대표는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지난달 12일 ‘링크’라는 진일보한 뇌파 분석 기기도 내놓았다. 이 기기를 ‘바이브 프로’라는 VR 헤드셋에 장착하면 생각만으로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채 대표는 이 장치를 직접 착용하고 ‘마인드 마스터’라는 게임 속 캐릭터가 불덩어리를 들어올려 원하는 방향으로 집어 던지는 것을 보여줬다. 시연하는 동안 그는 손을 전혀 움직이지 않았고 오로지 생각만으로 게임 캐릭터를 조종했다. 마치 ‘엑스맨’ 등 공상과학(SF) 영화에 등장하는 생각으로 물체를 움직이는 초능력인 염동력(텔레파시)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뇌파 활용을 보여주기 위해 ‘마인드 마스터’ 게임을 개발해 회사 홈페이지에서 제공하고 있습니다. ‘링크’ 제품을 구입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죠.” 이 기기는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 일본, 유럽 등에서 약 38만원에 팔리고 있다.

이 놀라운 기술을 일본 게임업체들도 알아보고 새로운 관련 게임을 개발 중이다. “일부 일본 업체들이 링크를 이용한 VR 게임을 개발 중입니다. 가정용 게임기(콘솔)에 연결해 사용하는 게임입니다.”

채 대표가 개발한 기기들은 사람의 뇌 세포가 정보를 전달할 때 나오는 전기신호를 감지한다. 기기 안쪽 이마에 닿는 부분에 감지기를 장착해 뇌의 앞부분인 전두엽에서 나오는 미세한 전기신호를 증폭시켜 감지한다. “핵심은 50㎷(마이크로볼트) 이하의 미세한 전기신호인 뇌파를 잡아내는 기술이에요. 눈만 깜빡여도 잡신호(노이즈)가 발생해 이를 제거하는 기술도 중요하죠.”

또 기기에 부착된 렌즈 부분에 적외선 감지기가 달려있어 시선을 추적한다. “눈에 비쳐도 해롭지 않은 미량의 적외선으로 동공의 움직임을 파악합니다.”

이렇게 측정한 뇌파와 시선 분석 정보를 자체 개발한 AI가 분석한다. “뇌파 측정기를 만드는 하드웨어 기술, 분석을 위한 AI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모두 필요합니다.” 채 대표와 룩시드랩스는 뇌파와 동공을 측정하는 기술 특허 20여개를 국내외 출원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 16개, 해외 30개 업체 및 기관들이 룩시드랩스와 제휴를 맺었다. 이 중에는 삼성전자, VR 기기를 전문으로 개발하는 대만의 HTC 바이브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손을 잡았다. 제휴만으로도 이 업체가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룩시드랩스 직원이 뇌파 분석이 가능한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있다. 이 기기를 착용하면 모니터에 착용자의 뇌 상태를 보여주는 그림이 표시된다. 룩시드랩스 제공

◇치매 조기 진단부터 사람들의 선호도 분석까지 다양하게 뇌파 연구를 활용

채 대표에 따르면 뇌파와 시선 분석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광고 영상에서 사람들이 어느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는 지, 자동차나 가전 제품 등 신제품을 내놓았을 때 주로 어디를 눈 여겨 보는 지 파악해 해당 부분을 집중 개선할 수 있다. 채 대표는 시선 추적으로 이를 알아낸 뒤 사람들이 눈여겨 보는 부분을 다른 색깔로 시각화해서 보여주는 소프트웨어도 개발했다. “비밀 유지 계약을 맺어 밝힐 수 없지만 국내외 자동차업체들이 이 소프트웨어를 도입했습니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뇌파 분석에 관심이 많다. 뇌파로 아이들의 집중력과 인지 능력을 분석하는 등 정신건강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주의력 결핍 및 과잉행동장애(ADHD) 증후군이나 우울증, 파킨슨씨병을 연구하고 약화된 인지 능력을 개선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아이들이 VR 헤드셋을 끼고 게임을 하면 시선이 분산되는 것을 막아 아이들의 인지 능력을 분석 할 수 있습니다. 또 ADHD의 주의력 결핍을 개선할 수 있죠.”

채 대표가 개발한 ‘VR 마인드케어’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얼마나 집중하는지 눈으로 볼 수 있다. 이 소프트웨어는 ‘링크’를 부착한 VR 헤드셋을 착용한 측정자의 뇌파 및 시선 정보를 모니터에 그림과 수치로 표시한다. 동공 크기가 얼마인지, 어디를 보고 있는 지 그림으로 보여주고 뇌의 집중도를 수치로 알려준다. “착용자가 VR 헤드셋을 착용하고 상자 옮기기 등 게임을 하는 동안 공간 기억력 등을 측정할 수 있습니다.”

채 대표는 ‘링크’를 연결한 VR헤드셋과 조종기(컨트롤러)를 치매 조기 진단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뇌는 뒷부분(후두엽)에 맺힌 시각 정보를 활용해 전두엽에서 어떤 행동을 취할 지 결정합니다. 뇌파 분석과 함께 손에 쥐는 조종기를 얼마나 정확하게 움직이는지 측정하면 치매나 ADHD를 조기에 진단할 수 있죠.”

뇌파 분석을 오락(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적극 활용한 ‘뉴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채 대표의 기술과 기기들이 쓰이고 있다. 사람의 뇌파와 시선을 분석해 캐릭터 개발 및 이야기 전개에 활용하는 것이다. “일부 국내 대학에서 ‘링크’로 뇌파를 분석해 VR 콘텐츠를 만들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인터넷 쇼핑몰인 미국의 아마존은 개인화 서비스를 위해 채 대표의 기술을 활용했다. “아마존은 개인 맞춤형 상품으로 추천하는 일의 효율성 분석을 위해 뇌파와 시선 추적을 활용했습니다.” 이용자의 지속적인 구매 유도를 위한 분석이다.

[저작권 한국일보]룩시드랩스의 채용욱 대표가 “AI로 뇌파 분석을 통해 인류의 발전에 기여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꿈을 설명하고 있다. 서재훈 기자 spring@hankookilbo.com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다” 뇌공학자의 꿈

채 대표는 카이스트에서 바이오 및 뇌공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고 박사 과정에서 AI를 연구하던 중 창업했다. “원래 목표는 사업이 아니라 교수나 연구원이었어요 그런데 뇌파 관련 연구 결과를 발표하면서 어떤 투자가로부터 사업하면 투자하겠다고 제의를 받았어요.”

이를 계기로 채 대표는 2013년 와이브레인이라는 첫 번째 회사를, 2015년에 뇌파 연구에 VR과 AI를 접목한 기술을 개발하는 지금의 회사를 창업했다. 여기서 그는 근위측성측색경화증(루게릭병)으로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환자가 눈을 깜빡여 휴대폰 문자를 보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당시 TV 뉴스에도 소개된 이 기술은 획기적이었지만 시장이 작아 상용화 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개발자들을 영입해 뇌파 분석 기기를 만들고 AI 플랫폼 구축을 위해 3년을 투자했다. 해외 공략을 위해 미국 새너제이에 법인도 설립했다.

현재 직원은 26명. 대부분이 개발자다. 채 대표도 직접 개발에 참여한다. 덕분에 높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삼성벤처스, 대만 바이브 등으로부터 총 45억원을 투자받았다.

채 대표의 올해 목표는 교육, 건강관리(헬스케어) 분야에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을 시작해 AI 플랫폼을 상용화하는 것이다. 또 바이브 VR 기기에만 연결할 수 있는 ‘링크’를 상반기 중에 페이스북이 인수한 오큘러스의 VR 기기에도 연결할 수 있도록 개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인류 발전에 기여하는 일을 하겠다는 것이 채 대표의 개인적 목표다. “노벨의 다이너마이트처럼 기술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사람들을 행복하게 할 수도 있고 힘들게 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개발한 기술이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회사가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AI 플랫폼으로 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습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겸 스타트업랩장 wolfpa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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