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시 소태면에 거주하는 신모씨는 최근 풀을 깎기 위해 예초기를 꺼냈다가 난처한 일을 겪었다. 예초기가 고장 나 작동하지 않는데 수리센터까지는 거리가 너무 멀었기 때문이다. 더구나 신씨는 건강상 이유로 최근 운전면허를 반납한 상태여서 예초기를 차량을 싣고 수리하러 갈 수도 없었다.
하지만 신씨는 전화 한 통으로 불편을 해결할 수 있었다. 농협이 운영하는 ‘농업인행복콜센터’(이하 행복콜센터)에 전화를 하니 담당 직원은 지역농협인 동충주농협에 수리를 요청했고, 지역농협의 연락을 받은 수리센터 직원은 다음날 신씨 집을 직접 방문해 예초기를 고쳐줬다. 신씨는 “행복콜센터가 빠르게 대응해줘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북 청송군 부동면에 홀로 사는 남모씨도 행복콜센터에서 도움을 받은 경험이 있다. 지난 가을 태풍으로 집 밖에 위치한 화장실 문과 창문이 파손된 뒤에도 그대로 방치해뒀는데, 겨울이 다가오면서 도저히 추위를 견딜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남씨의 연락을 받은 행복콜센터는 현장지원단을 긴급히 보내 화장실 수리를 진행하는 것은 물론, 외부 화장실을 실내로 옮겼다. 남씨는 “화장실을 실내로 옮겨준 것이 특히 고마웠다”면서 “겨울 내내 편하게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70세 이상 노인 대상 ‘행복콜센터’ 인기
농촌에 거주하는 이들이 손쉽게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행복콜센터가 있기에 가능했다. 농협중앙회가 2017년 시작한 행복콜센터는 70세 이상 고령 농업인을 대상으로 전용 전화기를 설치해 고충을 접수하고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특히 전국 농ㆍ축협 1,131곳을 활용해 돌봄 신청을 받아 말벗 서비스 등 정서적 위로와 생활 불편 해소 서비스를 제공하기도 한다. 위급 상황이 발생할 경우 경찰과 소방서에 연락해 긴급출동 요청도 대신해 준다.
농협이 이 같은 콜센터 서비스를 고안한 것은 현재 농촌 사회가 겪고 있는 빠른 공동화, 고령화 현상 때문이다. 홀로 거주하는 노인이 많은데다 병원 등 주요시설이 멀리 떨어져있기까지 하니 도움의 손길이 절실한 상황. 농협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농촌의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42.5%였고, 농협 조합원 중 70세 이상은 84만5,000명으로 전체의 38.1%를 차지했다.
특히 말벗 서비스가 반응이 좋다. 최근 행복콜센터 전용전화기를 지원받은 김모씨는 콜센터 안내를 받은 뒤 “지금까지 유일한 친구는 TV뿐이었는데 말벗이 돼준다니 고마웠다”면서 “자주 콜센터에 전화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말했다.
교직 생활 30년을 마무리하고 홀로 충남 아산시에 거주하는 전모씨 역시 말벗 통화를 할 때마다 상담사에게 늘 “고맙다”고 한다. 그는 “경제적 지원이 아니라, 평소 사소한 일상생활에 대해 얘기를 나눌 수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다”면서 “평소 지역 사진모임에서 찍은 사진책자를 상담사에게 보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경제가치 200억”..상담 실적 폭증
물론 행복콜센터 역할은 각종 불편 상담과 말벗 서비스 그 이상이다. 2018년 3월부터는 돌봄 신청을 한 고령 농업인 중 취약농가를 선정, 현장을 직접 방문해 주거환경을 개선해주고 생필품을 지원하는 ‘농촌현장지원단’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부터는 경찰청과 연계해 고령 농업인을 위한 ‘탄력순찰 서비스’를 실시해 농촌 치안을 강화했고, 농업인이 편리하게 택배를 보낼 수 있도록 ‘개별농가 방문접수’ 서비스도 마련했다.
행복콜센터의 경제적 가치가 200억원에 가깝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농협대학교 협동조합경영연구소는 농협조합원 중 소득이 있는 가구의 가구주 또는 배우자 등 484명을 대상으로 면접 설문조사를 한 결과, 행복콜센터의 연간 경제적 가치가 193억8,000만원이라고 추정했다. 조사대상자가 지불 의사를 표한 금액에 농협 조합원수를 곱한 뒤, 전국가구 평균가구원수를 나눠서 추산한 수치다.
이 같은 호응에 행복콜센터 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다. 2017년 1만4,000여명에 불과했던 돌봄 대상자는 2018년 4만5,000명, 2019년 11만3,000명으로 급증했다. 그 사이 이들을 돌볼 도우미 역시 8,000여명에서 4만7,000명으로 5배 이상 늘었다. 상담실적도 2017년 1만9,000회에서 2019년 21만5,000회로 폭증했다. 농협 관계자는 “올해도 돌봄 대상자와 도우미를 2만명씩 늘리는 것이 목표”라면서 “농협 자체적으로 농촌 사회안전망 역할을 강화하고 내실화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손영하 기자 froze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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