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루드 미국 국방차관이 2018년 2월 2일 워싱턴 국방부에서 ‘핵태세검토보고서(2018 Nuclear Posture Review)’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반대되는 견해를 내놓았던 루드 차관은 19일 경질됐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핵 고비를 넘기더니 왕정시대 군주에 비유될 법한 무소불위의 권력자 행세를 이어가고 있다. 측근을 무더기로 사면한 데 이어 행정부 내 ‘눈엣가시’ 숙청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또 자신의 사법방해 논란을 재연시킨 검찰 항명사태를 두고 법무부를 ‘정화 대상’이라고 쏘아붙였다.

CNN방송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은 19일(현지시간) “존 루드 국방차관이 경질돼 28일부로 물러난다”고 전했다. 루드 차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심판을 야기한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인사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보류하기를 원했던 우크라이나 군사원조 4억달러 승인에 관여해 미운 털이 단단히 박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윗글로 “(루드가) 우리나라를 위해 봉사한 데 대해 감사하고 향후 활동에도 행운을 빈다”고 했다. 하지만 루드 차관은 전날 제출한 사직서에서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으로부터 당신(트럼프 대통령)이 내 사임을 요구했다고 들었다”며 압력에 따른 사퇴임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 스캔들과 연관된 또 다른 행정부 인사인 국가정보국(DNI) 국장대행도 교체했다. 조지프 매과이어 현 국장대행의 후임으로 측근인 리처드 그레넬 주독일 대사를 임명한 것이다. 매과이어 국장대행의 임기가 내달 11일로 끝나는 데 따른 것이지만 미 언론은 사실상의 경질로 평가했다. CNN은 전직 백악관 관리를 인용해 “매과이어 국장대행의 불충을 감지하고 그 자리를 자신에 대한 충성파로 채우는 것”이라고 분석한 뒤 “그레넬 신임 국장대행은 정보 관련 경험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매과이어 국장대행은 우크라이나 스캔들 관련 하원 청문회에서 “(우크라이나 스캔들을 알린) 내부고발자가 옳은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다. 앞서 7일 트럼프 대통령은 탄핵조사 과정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알렉산더 빈드먼 중령과 고든 선들랜드 주유럽연합(EU) 대사 등을 축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 스캔들’에 연루된 비선참모 로저 스톤의 감형을 요구해 빚어진 사법 개입 논란과 관련해서도 오히려 목소리를 높였다. 2,000여명의 법무부 전직 관료들이 법무부의 독립성 상실을 이유로 윌리엄 바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는 서명에 나선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되레 “바 장관이 법무부 정화에 나서야 한다”는 보수성향 시민단체 간부의 트위터 게시물을 리트윗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권력 남용과 관련한 새로운 주장이 추가로 제기됐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8월 줄리안 어산지 위키리크스 대표에게 미국 대선 해킹의 배후가 러시아라는 의혹을 부인하면 사면해 주겠다고 제안했다”고 폭로했다. 2016년 미 대선 당시 위키리크스는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서버에서 해킹된 이메일 등을 유포했고, 이 자료는 트럼프 선거 캠프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를 공격하는 데 활용됐다. 이후 미 수사당국은 러시아 측 해커들이 DNC 서버에서 훔쳐낸 자료를 위키리크스에 전달했다고 발표했다.

김소연 기자 jollylif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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