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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바라기’ 김동준 “대전에서 내 가치 입증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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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정무 바라기’ 김동준 “대전에서 내 가치 입증하겠다”

입력
2020.02.20 16:15
수정
2020.02.20 18:08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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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키퍼 김동준이 17일 경남 남해의 남해 스포츠파크에서 치러지는 대전하나시티즌 전지훈련에 참여해 공을 잡아 보이고 있다. 남해=오지혜 기자
골키퍼 김동준이 17일 경남 남해의 남해 스포츠파크에서 치러지는 대전하나시티즌 전지훈련에 참여해 공을 잡아 보이고 있다. 남해=오지혜 기자

“열! 열하나! 열둘!”

바닷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던 지난 17일 경남 남해의 남해 스포츠파크에는 추위를 잊은 프로축구 K리그2(2부리그) 대전하나시티즌 선수단이 개막을 앞두고 구슬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 중 단연 눈에 띄는 이는 최근 K리그1(1부리그) 성남FC에서 이곳으로 ‘강등’을 자청해 이적한 골키퍼 김동준(26)이었다. 그는 새 팀 선수들과 능숙하게 손발을 맞추며 훈련하고 있었다.

골키퍼 김동준이 17일 경남 남해의 한 호텔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남해=오지혜 기자
골키퍼 김동준이 17일 경남 남해의 한 호텔에서 가진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의 가치를 증명해 보이겠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남해=오지혜 기자

그는 구단 이사장 허정무(65) 때문에 대전으로 이적을 결정했다. 지난 시즌 1부리그에서 0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골키퍼로서는 파격 행보였다. 김동준은 “한국 축구의 레전드인 ‘허정무’라는 분이 나를 원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살면서 언제 이런 이야기를 듣겠나 싶었다”며 “실제로 메디컬테스트나 면담을 할 때 나에게 관심을 많이 가져주셔서 마음이 움직였다”고 솔직하게 이유를 밝혔다. 1부에서 2부로의 쉽지 않은 이적에는 허정무라는 버팀목이 있었던 것이다.

그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다. 데뷔부터 함께했던 성남의 잔류 요구가 강했다. 김남일(43) 성남 감독은 지난해 12월 감독 취임 기자회견에서 “김동준이 다른 팀에서 제안을 많이 받고 있는 것으로 알지만, 팀의 필요자원이고 오래 함께한 만큼 앞으로도 함께 해야 한다”며 “절대 다른 팀으로 이적시킬 생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동준은 이적을 택했다. 김동준은 “김남일 감독님과는 대표팀 때 코치와 선수 관계로 인연을 쌓은 적이 있던 사이라 미안했다”며 “하지만 내 마음은 이미 결정한 상태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동준은 이번 K리그 이적시장에서 최고 이적료를 받으며 이적했다. 그는 “아내도 그렇고 축하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기쁘고 좋았다”며 “동시에 ‘과연 내가 이 값어치를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고 했다. 이어 “다행히 팀에 잘 녹아 들고 있어, 이번 시즌에는 더 큰 값어치를 해 낼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값을 다 하려면 승격에 도움을 줘야 한다. 어린 나이에 성남에서 강등과 승격을 모두 경험해 봤기에, 대전에 전해줄 노하우가 있다. 김동준은 “(승격을 위해서) 기본기인 조직력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며 “팀이 하나가 되기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의 눈에 대전은 승격 가능성이 보였다. 김동준은 “강원과 연습경기에서 1-0으로 이겼다”며 “그때 하나가 됐다고 느꼈고,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동준은 팀 내 ‘중참’으로서의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대전은 ‘젊은 냄새’가 나는 곳”이라며 “내가 딱 중간이라서 운동장에서 갈등이 벌어질 때 과감히 지적하기도 하고, 기운을 북돋아줘야 할 때도 있다”고 했다. 그래서 어린 후배들과도 열심히 섞이려 한다. 김동준은 “어린 선수들이 (경기 중에) 실수할 때는 코칭과 정신 차리라는 제스처를 해준다”며 “한편으론 ‘커엽(귀엽)’ 같은 말이나 줄임말 등을 배우면서 친해지고 있다”고 머쓱하게 웃어 보였다.

개인적으로는 수상을 목표로 삼았다. 그는 “이번 시즌에는 수상을 해보고 싶다”며 “수상을 한다는 것은 실점률이 적다는 뜻이니, 팀 승격도 가까워지리라 본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남해=오지혜 기자 5g@hankoo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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