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노인 등 취약층에 더 가혹한 ‘신종 코로나’
쪽방촌 도시락 배달 봉사 끊기고 복지관 오던 간호사들도 발길 뚝
보육원 도움 손길 끊겨 조용하고 장애인 시설은 외부인 출입 통제
[저작권 한국일보]20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인근에 있는 무료 급식소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선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안하늘 기자

20일 찾은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주변은 을씨년스러웠다. 주변 일대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르면서 탑골공원은 이날부터 잠정 폐쇄에 들어갔다. 노인들의 안식처로 알려졌던 공원은 방역 작업이 한창이었다. 주변에서 노인들을 찾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공원을 끼고 돌아가는 골목 안에 위치한 무료급식소에서 만난 한 노인은 “공원이 문을 닫는 바람에 이제 코로나 피해서 갈 곳이 없다”고 하소연했다.

코로나19는 취약계층에 더욱 가혹했다. 노인들의 휴식처인 공원뿐 아니라 저소득층을 위한 무료급식소도 감염병 확산 우려에 속속 문을 닫았다. 쪽방촌에는 봉사자들의 발길도 뜸해졌다.

이날 오전 탑골공원이 문을 닫자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아 이곳에서 시간을 보내던 노인들은 갈 곳을 잃었다. 무리 지어 종로3가 일대를 서성이던 노인들은 점심시간이 되자 탑골공원 인근에 있는 무료급식소 ‘사회복지원각’으로 발길을 돌렸다. 인근 무료급식소들이 잠정 휴업을 한 가운데 사실상 유일하게 문을 열고 운영 중인 급식소라서다.

오후 1시 점심 배식이 종료됐지만 30~40여명의 노인들이 긴 줄을 선 채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다. 서울 강동구 암사동에서 지하철을 타고 왔다는 김모(87)씨는 “평소 1시간 정도 기다리면 됐는데, 오늘은 1시간 반 넘게 기다려 식사를 했다”며 “여유가 있는 노인들은 사먹겠지만, 돈이 없는 노인들은 여기마저 닫으면 갈 곳이 없다”고 말했다.

28년째 무료급식을 운영하고 있는 사회복지원각도 고민이 적지 않다고 했다. 봉사자들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강소윤 총무는 “급식 희망자들은 몰리는데 봉사자는 반으로 줄었다”면서 “봉사자들이 계속 줄어들면 앞으로 주먹밥이나 빵 같은 대체 식품으로 대접해야 하나 싶다”고 했다.

[저작권 한국일보]20일 서울 용산구 남영동 인근 쪽방촌에 지역 주민들에게 하루 1개의 마스크를 제공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김영훈 기자

저소득층이 몰려 사는 서울 용산구 남영동 일대 쪽방촌도 손길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29번째 확진자의 경우 독거노인 대상 도시락 배달 봉사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달 봉사 지원이 뚝 끊겼다. 남영동에 사는 김미라씨는 "근처 복지관에서 무료봉사로 1주일에 3, 4번씩 도시락을 제공했는데 요즘은 한 번으로 줄었다"며 "간호사들도 매주 와서 혈압이랑 온도를 체크한 것 같은데 요즘은 코로나 때문인지 3주일만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 지역 아이들과 봉사자로 활기를 띠던 보육시설도 조용했다. 이달부터 외부 봉사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용산구 후암동에 있는 영락보린원에서 만난 시설 관계자는 "자원봉사가 중단되면서 지역 아이들이 거의 오지 못하고 있다"며 "3월에도 정상 운영을 장담하기 힘들 것 같다"고 말했다.

중증장애인들이 머물고 있는 영락애니아의 집에서는 외부 봉사를 받지 않을 뿐 아니라 외부인 출입까지 통제하고 있었다. 장애인들에게 코로나19가 더욱 위협이 되는 만큼 마스크 착용과 손 소독은 물론 열 감지까지 마쳐야 내부에 들어갈 수 있었다. 권선구 사회복지사는 "보통 외부봉사자들이 오면 몸이 불편한 분들을 부축해서 산책 등을 해주는데, 봉사자들이 없어 거주하고 있는 분들이 답답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약계층이 몰린 지역이나 복지시설은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 안전용품 부족도 호소하고 있다. 마스크 품귀현상에 비싼 가격을 지불하더라도 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서울역 쪽방상담소 관계자는 “다행히 아직까지는 지역 주민들에게 매일 1개의 마스크를 제공하고 있다”며 “하지만 사태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몰라 불안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하늘 기자 ahn708@hankookilbo.com

김영훈 기자 hu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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